[기고] 성 구매 별 일 아니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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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1 00:00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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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첫째 아들 이동호씨가 불법도박 사이트에 성 구매 후기 글을 썼다고 알려졌다. 유시민 작가는 해당 논란에 대해 KBS ‘정치합시다’에서 ‘보통의 청년이었다면 혀 쯧쯧 차고 넘어갈 문제인데 어마어마하게 비판받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안타깝지만 평범하다’라고 표현하며 개인의 책임을 사회적 문제로 돌렸다. 사회지도층의 이러한 발언을 보면 성구매가 이렇게나 별일 아닌 것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 후보의 아들 이씨가 갔다는 마사지업소인 ‘정자 스파르타’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해당 업소의 홍보 글에서는 손이나 입을 이용한 유사성행위를 알파벳 약자로 표현해 마사지 코스를 홍보하고 있었다.
‘정자 스파르타’를 포함해 각종 마사지업소를 모아놓은 사이트에는 마사지업소 이용자들의 후기가 올라왔다. 거의 모든 후기가 ‘힐링 됐다’거나 ‘OO(이름) 관리사님이 예쁘고 몸매가 좋았다’라는 식이었다. 음식점이나 카페 후기에 ‘일하는 사람이 예쁘고 몸매가 좋다’라고 올리는 글이 쓸모없듯이, 정말 손님에게 마사지만 제공하는 가게라면 관리사가 예쁘고 몸매가 좋다는 후기는 올라오지 않을 것이다. 각 마사지업소의 홍보 글에는 ‘코스 수위 쪽지 부탁드립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마사지의 코스별로 얼마큼의 성적인 접촉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댓글인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실시간이다. 성 구매가 불법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이씨의 마사지업소 후기에는 ‘내상 입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내상 입었다’는 표현은 관리사의 외모나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성매매 당시에 너무 빠르게 사정해버렸다는 뜻으로 추정됐다. 이씨는 또 ‘유흥 다녀왔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도박으로 딴 돈으로 유흥을 하고 왔다며 ‘니들도 위닝해서 여자 사먹어라’라고 적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아들이 안 했다는데 부모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는 인터뷰로 논란을 일단락했다. 아들 이씨의 사과를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들은 영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아내와는 다른, 사실상 남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들이 남이라서가 아니라 이 후보는 성 구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3일 진행된 웹툰 작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웹툰 제목을 보고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여기에 업체 관계자는 ‘성인물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피’나 ‘오피스’가 오피스룸에서 일어나는 성 구매를 지칭하는 단어로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이 후보의 이러한 반응은 그가 성 구매를 착취가 아니라 짜릿한 성관계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이 후보 본인과 유시민 작가, 권인숙 의원 등이 이 문제를 후보의 가족 리스크 정도로 생각해 축소함으로써 앞으로 많은 성 구매 남성들은 ‘걸리면 잡아떼면 된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 아들도 성 구매를 하고 처벌받지 않는데 뭐 어떠냐며 성 구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앞으로 적발되는 성 구매 남성들의 반응이 예상된다.
‘왜 나만?’
‘대통령 아들은 봐주고 서민 남자는 안 봐주냐?’
‘평등하게 여자 사 먹자’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이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아들 이씨와 관련한 논란을 사생활로 일축하거나 리스크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오피’나 ‘건마(건전마사지)’, ‘스파(안마방)’과 같은 변종 성매매가 성행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런 변종 성매매를 어떻게 근절해 나갈 것인지 대책을 세우고, 남성들의 성착취적 유흥문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강하게 제시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가 해야 할 일이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서울시당 창당준비위원장.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