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 선 넘기] 페미니즘 정치가 지켜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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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3 00:00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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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미국에서는 낙태 금지법이 부활할 위기에 처했다. 197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미국 각 주의 임신중절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으나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미시시피 주지사가 15주 이내의 중절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50년 만에 다시금 임신 중절 금지법이 대법원판결 앞에 놓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초기부터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판사들만 (대법관으로) 지명하겠다’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지난해 보수 성향 판사들을 절대 우위로 연방 대법원을 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판결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낙태 금지법 부활에 반대하는 대규모 여성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극우 보수정치가 국가를 대표하게 되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 둔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까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국의 대선판에 빗대어 설명해보자면, 보수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올해 겨우 폐지한 낙태죄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의 후퇴는 여성들을 다시 위험한 처지로 내몬다.
얼마 전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전 대표의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 소식을 들었다.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의 행보를 다룬 기사와 SNS 글을 보며 혹시 내가 발견할지도 모르는 희망적인 단서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것을 찾는 데에 실패하자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왜 페미니즘 정치를 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페미니즘 정치가 옳은 것일까?’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나는 ‘n명의 사람이 있다면 n개의 페미니즘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각으로 추구하는 페미니즘을 긍정해왔다. 그러나 n개의 페미니즘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페미니즘의 기치 아래에 개인이 처한 조건의 무한한 다양성과 그로 인해 각 개인이 다르게 느끼는 성차별적 억압을 철폐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페미니즘에 아무런 합의도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아니었다.
페미니즘 정치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가 필요한 것은 개인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어떤 정치세력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저 텅 빈 권력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사업주를 위한답시고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폐지를 주장하고,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릴지도 모르는 남성들을 위해 성폭력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고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을 후퇴시키겠다는 정당의 정치는 도대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팔아 자본가의 이익을 챙기고,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인권을 팔아 남성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페미니즘 정치일 리 없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 한 명을 낙선시키는 것이 페미니즘 정치가 만들어야 할 대안보다 가치 있을 리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 아무나 모이자며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는 텅 빈 권력을 추구하는 국민의힘 선대위에 여성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페미니즘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이 합류해 구색을 갖춰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페미니즘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후퇴일 뿐이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