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강남역 여성살해 4주기 - 고통의 연대를 삶의 정치로 확장하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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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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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어느덧 4주기에 들어섰습니다. 미디어에서 '묻지마'로 묻으려던 사건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강남역 여성살해사건/페미사이드'로 이름 지어진 후 4년입니다. 코로나19로 집회는 어려웠지만, 온라인 곳곳에서 2016년 5월 17일의 아픔을 상기하고 추모하는 물결이 일었습니다.   

2000년대부터 2015년까지 미디어와 온라인의 각종 여성혐오 사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청년 여성들의 대응 방식 변화가 얼추 그려집니다. 주류 담론 안에서 남성 청년이 꾸중과 위로를 동시에 받는 동안 철저히 외면받다가 여성혐오의 방식으로는 쉽게 호명되는 여성 청년의 위치는 어떤 여성들에게 '국가가 여성을 동등한 주권자로 보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여성들은 배제의 박탈감을 동력삼아 다양한 온라인 운동의 형태로 여성혐오에 맞서며 연대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이러한 여성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연대하는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피해자와 같은 세대를 사는 여성들이 '묻지마'로 입막음 당한 죽음을 통해 여성의 '2등시민' 위치를 아프게 실감하게 했습니다.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자라서 아니었던 부당한 경험과 "여자라서" 당한 폭력의 역사를 끌어와 통감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의 피해자를 향해 이어진 추모행렬과 발언들은 사회가 책임지지 않고 애도하지 않는 죽음을 페미니즘의 언어로 애도하며 여성 스스로 고통의 연대를 삶의 정치로 확장하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그 후 4년,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투 운동을 통해 다양한 세대와 각 분야의 여성들이 또 한번 고통의 연대를 삶의 정치로 확장했습니다. 시위, 집회, 청원을 거듭하여 2020년에는 드디어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이란 가치는 어떤 식으로든 대중화에 성공해 무시할 수 없는 외침이 되었으며, 여성은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길이 멉니다. 여성에게 '몰카', 단톡방성희롱, 데이트폭력, 안전이별과 같은 말은 익숙한 공포가 되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기사의 사회면에 들어가면 모욕 당하거나, 맞거나, 죽는 여성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웹하드카르텔부터 텔레그램까지 이어지는 집단 디지털성폭력 사례들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페미니즘당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바랍니다. 더이상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실감이 없는 삶을 바랍니다. 
이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말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2020.5.17.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