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정당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한 지역정당의 입장(나영 은평민들레당 대표, 지역정당네트워크)

페이지 정보

DATE

23.01.27 17:44

HIT

3,548

본문

안녕하세요. 저는 은평민들레당의 대표 나영입니다. 은평민들레당은 주민의 직접정치와 풀뿌리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작년 1월 16일 창당했습니다. 그에 앞서 영등포와 과천에서도 ‘직접행동영등포당’과 ‘과천시민정치당’이 창당했습니다. 세 정당은 지역정당네트워크와 함께 지역정당을 불허하는 현행 정당법의 문제점과 위헌성을 알리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세 정당 모두 선관위로부터 정당설립 신고가 반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모든 활동은 현행 정당법상 불법입니다. 직접행동영등포당 이용희 대표는 작년 지방선거에 영등포 기초의원 후보로 신고했지만, 선관위 등록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후보하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작년 5월 9일 영등포구선관위는 당 명함을 돌리는 이용희 대표의 일상적인 정당 활동마저도 정당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정당법상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황인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치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은평민들레당도 1년 동안 동네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저희의 정치활동도 언제든 경찰 수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6.1 지방선거는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한 유례없는 선거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의제가 실종된 선거였습니다. 출마자들은 저마다 대통령과 시장 후보, 국회의원과의 인연을 강조합니다. 현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 혹은 현 정부를 견제해 달라며 투표를 호소합니다. 심지어 우리 지역 어느 국회의원은 지난 대선 때 ‘과거는 묻지 않겠다. 대선기간 중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를 공천하겠다‘고 공언까지 했습니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직을 중앙정치에 충성하는 대가, 대선 전리품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정당이 불법화되고 중앙정치가 지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동안 은평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리 동네에는 많은 지역의제가 있습니다. 1년 내내 공사 중인 불광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새와 물고기, 풀벌레들의 생존에 대한 배려 없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조잡한 조형물. 갈현동 재개발 구역 안에 마땅히 지어야 할 학교가 취소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역정치는 없었습니다. 서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동네에 대한 논의 없이 지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재개발을 더 쉽게 하도록 해주겠다며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정치인은 과연 누구를 대표합니까. 지역에는 정치가 없고, 정치에는 지역이 없습니다. 은평에 사는 저에게 은평의 정치가 더 낯선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지역정치의 자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은, 절대권력을 갖기 위해 지방자치제도를 폐지하고,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정당법을 만들어 정치의 자유, 정당설립의 자유를 통제하는 제도적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제주, 광주, 부산, 울산 고유의 정치를 하는데, 왜 서울에 중앙당을 둬야 할까요? 은평민들레당, 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정치당이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왜 아무 상관 없는 부산이나 울산 인천 등 5개의 광역시도당을 창당해야 할까요? 지역 농민의 정당, 지역 노동자의 정당, 지역 소상공인의 정당 설립이 막혀있기에 그들의 삶과 밀접한 지역 고유의 의제는 정치적 힘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했지만, 반쪽짜리였습니다. 정당법은 1962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부활했지만, 지역정치는 아직도 죽어있습니다. 지역정당을 금지하면서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1항 조문입니다. 은평민들레당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창당한 정당입니다. 정당법상 은평민들레당이 위법이라면, 이 정당법이 위헌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 정치활동의 자유가 침해받는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은평민들레당과 지역정당네트워크는 지역정당과 의제정당, 플렛폼정당 등 다양한 정당 형태가 보장되는 정치의 자유를 위해 페미니즘당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