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우리의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 10.29참사, 대통령이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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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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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참사의 끝에, 우리는 156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축제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허망감과 살릴 수 있었다는 분노,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를 향한 실망감 끝에 우리가 깨달은 것은 ‘청년에게 국가는 없다’는 것이었다.
6시 34분, 156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러 시민은 ‘압사’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여 위기 상황을 전달했고 ‘일방통행’이라는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며 경찰의 통제와 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10시 15분 참사가 벌어질 때까지 경찰과 지자체와 행정기관은 그 위험을 방관했다. 비슷한 시간,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참사 현장 앞을 그냥 지나갔다. 청년들이 살려달라 외쳤으나, 국가는 외면했다. 만약 지자체와 경찰, 행안부의 사전 대책 회의가 있었더라면, 예방 조치가 있었더라면, 아니 6시 34분, 시민의 말대로 따르기만 했더라면,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참사에 대하여 누군가는 ‘철없는 MZ세대의 축제’라 말했고 누군가는 그 아우성에서 ‘밀친’ 사람을 색출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주최가 없는 행사였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들은 마치 이 일이 이태원 골목에서만 일어난 일인 것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우성을 만들어 낸 국가는 골목 밖에서 침묵했다. 사흘이 지나서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과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고 직위에서 물러나지도 않았으며 파면되지도 않았다.
우리는 참사 당시와 참사 이후 열흘을 걸쳐 국가 부재를 목격하고 있다. 참사는 국가가 생명과 안전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했으며, 국가의 안전 예방체계가 부재했기 때문에 벌어졌고, 국가의 조직적 무책임으로 인해 지금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국가의 부재 속에 살아오며 청년은 서로 밀치고 경쟁할 것과 도태하는 자신을 탓할 것을 배웠다. 우리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우리는 각자 아등바등 살아남아야 했다. 국가는 우리에게 예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적인 시스템에 순종할 것을 가르쳤다. 하지만 국민의 죽음 앞에 정작 국가의 수장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국가 책임자들은 사회적 참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희생자를 비롯한 국민을 능욕했다.
우리는 묻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는 왜 청년에게 내일을 맡긴다고 말하면서, 청년의 오늘날은 책임지지 않는가? 씨랜드 참사, 세월호참사, 이한빛, 김용균 청년의 죽음과 SPC 노동자, 신당역 노동자의 죽음 등, 우리는 너무 많은 청년의 죽음을 보았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위태했던 이 짧은 삶들과 죽음들에 우리는 애도를 넘어 분노하고 각성한다.
국가의 부재에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참사의 혼돈에서 청년을 구한 것은 청년이었다. 두려움을 이겨내며 목숨을 살리고자 한 사람 또한 청년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연대하고 목소리 냄으로써 국가에 반항하고 요구할 것이다. 더이상 우리를 위험에 내모는 국가와 억압에 웃고 순종하는 청년은 없다. 오직 애도하고 기억하고 함께 행동하고 나라를 바꾸는 청년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고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 지난 4일, 조계사 위령 법회에서, 5일, 한국교회 위로 예배에서, 그리고 7일 국가 안전 시스템 점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참사의 희생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밝혔다. 이는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피해자와 시민을 향한 대국민 사과도 아니었으며 ‘죄송한 마음’이라는 가벼운 단어는 오히려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죄송한 마음’같은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다. 우리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를 전환할 것과, 안전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하는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 또한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정부의 책임을 드러내고 참사 재발방지책과, 참사 관련 책임자의 퇴진에 대한 입장을 밝혀, 그 약속을 실행할 것을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전면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보호해야할 제 1의 가치로 삼고, 국가행정을 안전 중심으로 전면 재구성하라.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예를 갖춰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
둘. 국가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윤 대통령이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동안 경찰청에 의하여 참사 관련 사전 보고서, 상황보고서가 폐기되는 등 진실 은폐가 벌어지고 있으며, 여야 원내대표에 의해 논의 되던 국정조사는 국민의 힘의 반대로 불발되었다. 이처럼 현재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의 형국은 국민이 바라는 모습과 멀어지고 있다. UN 인권이사회의 불처벌 투쟁원칙에 따르면, 모든 진상규명 관련 기록과 증거는 왜곡되거나 은폐되어선 안 되며, 모든 국민이 진실에 대해 불가양적 알 권리를 지닌다. 따라서 국가는 신속하고 투명하며,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수사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시 핼러윈 행사 참여자의 행위를 문제로 삼아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의 수사를 멈추어야 하며,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문제와 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에 집중하여 수사하고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에 있어 실무를 맡은 중간관리자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대책을 세우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관련 예산을 배치하는 등의 책임을 맡아야 했던 고위직 공무원에게 그 책임을 묻고, 조직적 무책임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행정부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셋.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여 안전사회 이룩하라. 피해자 권리는 안타까운 사람에게 제공되는 시혜가 아니다. 피해자는 그 자체로 권리 보유자이다. 하지만 참사 초기, 국가가 정부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참사를 개인의 일로 치부하면서, 피해자를 조롱하고 탓하는 발언들이 쏟아졌으며, 이는 피해가족과 생존자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 이번 참사의 특성상, 재난참사 생존자가 가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고립되기 쉽고, 큰 트라우마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심리치료 지원 등 피해자 권리 보장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 책임자는 사회적 참사를 개인의 일로 미루어 국민에게 고통과 혼란을 준 것을 책임지고, 피해자 권리 보장과 확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도적으로 장례 등을 지원하며, 피해자의 사생활 노출이나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가 없는지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피해가족과 생존자가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요구할 시 이를 수용하고 보장해야 하며, 알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연대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 또한 보장해야 한다. 이어, 재난참사 피해자가 지역사회와 일상에서 시민으로서 지위를 회복할 때까지 법률적, 신체적, 심리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기억하고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기억’은 재난참사 피해자로 하여금 사회적 지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신체,심리적 건강과 명예를 회복하게 하고, 시민으로 하여금 생명존중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여 재난참사 예방의 다짐을 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국가는 무너진 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안전권을 국가가 지켜야 할 제 1가치로 삼아, 피해자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10.29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은 끝났다. 하지만 우리의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추모는 청년의 죽음에 대한 추모이며, 곧 국가의 죽음에 대한 추모이다. 국가의 부재를 목도함으로써, 우리는 크나큰 슬픔과 상실, 그리고 자책을 느꼈지만 우리 청년은 존엄한 주권 위에 사라진 국가를 다시 건설하려 한다.
우리는 안전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생명이 존중되고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원한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에 사활을 건 수장을 원한다.
그 나라를 위해 우리는 애도하고 기억하고 행동하고 바꿀 것이다.
대한민국은/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청년의 부름에 응답하라.
2022.11.09. (수)
10.29 참사 청년추모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