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이태원 참사 청년 추모행동 제안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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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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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청년 추모행동을 공동제안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이가현입니다.


먼저 이태원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이태원에서 청년들이 추모행동을 진행했습니다. 기자들을 붙잡고 떨리는 손으로 참사 현장을 촬영했다고 호소하던 시민, 수많은 경찰들을 보고 사람 구할 때 와야지 왜 이제 와서 난리냐며 호통치는 시민, 울먹이며 청년들의 손에 흰 국화꽃을 쥐어주던 시민, 참사 현장 부근에서 절규하던 시민, 모두가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와 애도가 아니라 국가가 정한 침묵만을 강요했습니다.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자영업자들에게 대책없이 휴업령을 내려놓으면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집니까? 대통령 집무실의 도어스테핑은 중단하면서 외신과는 기자간담회를 열어서 국내언론을 침묵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습니다.


정치인들은 힘든 척 슬픈 척만 하다가 막상 책임을 물으면 뜬금없이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느니, 경찰 투입을 늘렸어도 막을 수 없었다느니, 주최가 없어서 통제를 안 했다느니 발을 빼기 바쁩니다. 심지어 외신간담회에서 한덕수 총리는 웃으며 농담까지 해 애도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온 몸으로 겪어낸 세대의 청년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외신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를 또다시 겪은 청년 세대에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영국 가디언지의 질문에 청년들이 ‘의기소침’하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으며 ‘자신감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의기소침한 것이 아니라 절망한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는 막을 수 있는 참사였습니다.


시민들이 네 시간 전부터 11차례 구조요청을 했습니다. 경찰은 단 4건만 출동했고, 나머지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경찰 인원을 추가로 배치했다면 어땠을까요?

참사 전 현장에 확성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지하철이 이태원 역을 무정차 통과했더라면 어땠을까요?

헬리콥터를 출동시켜 공중으로 현장의 사람들을 구출했다면 어땠을까요? 


너무나 끔찍하고 믿어지지 않는 참사이기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여볼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가지 가정을 해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가는 이들의 살려달라는 외침에 어째서 응답하지 않았습니까? 청년들이 구조요청을 보내는데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8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목격한 그대로입니다.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겠습니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했을 때 책임지고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태원 참사가 과연 새로운 참사입니까?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그 사고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들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모든 안전조치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결국 참사로 연결되었는지를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 예방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게다가 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무려 나흘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부에 보고할 것으로 추측되며 지난 참사의 언론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민단체의 동향을 파악한다는 허위, 날조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사건을 어떻게 사과하고 책임지고 예방하자는 정책 참고 내용은 없고 하나같이 어떻게하면 언급을 줄일 수 있을지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지만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특히 해당 문건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당장은 여성안전 이슈를 꺼내긴 어렵겠지만 추후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면서 여성단체를 참사를 이용하는 파렴치한 단체로 묘사했습니다. 약자를 외면하는 정치에도 모자라서 경찰은 거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찍어누르려고 매도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이 날조문건을 작성한 것인지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안전관리보다 시위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시민단체를 사찰하고 허위문서를 날조하는 것은 국민을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 위험분자로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검찰, 경찰국가에서 청년들은 더 이상 안전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숨 쉬고 살아간다는 것이 당연한 세상, 운 좋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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