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차별금지법, 준비는 다 했는데 제정은 누가 할래?" 기자회견 발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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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4:33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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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1 다혜(페미니즘당 창당모임)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그다음 대통령 선거인 2017년에는 공약에서 빼버렸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였습니다. 법안을 통과시킬 힘이 있는 거대 양당은 계속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십수 년째 똑같은 핑계만 되풀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행사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만을 언급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공론화조차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차별금지법을 놓고 대단한 논쟁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태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피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겁니까? 이미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었는데 국회만 모른 척 하는 것이 아닙니까?
국회가 이렇게 계속 미루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는 바람에 너무 많은 사람이 차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소녀들에게 왕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프린트가 되어있는 티셔츠를 입었다고,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이 찍혀서 직장을 잃은 여성이 있습니다. 너 페미냐? 식의 마녀 사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성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은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어도 티를 낼 수 없고, 게시글에 ‘좋아요’ 같은 표시라도 남겼다간 마녀 사냥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수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BJ들이 오늘 이 시간에도 ‘페미’인지 아닌지 검열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페미니스트’는 낙인입니다. 한번 낙인이 찍히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잔인한 사이버 불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런 불링의 대상은 언제나 ‘여성’입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들도 물론 폭력의 위험 속에 살고 있지만, 가해자들이 보기엔 여성이 훨씬 만만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쉽게 차별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차별을 받고 있는 사실마저도 거짓이라고들 합니다. OECD 성별 임금격차 통계가 생긴 뒤로 한 번도 한국은 꼴찌에서 벗어나 본 적 없는데 말입니다. 채용 담당자가 공공연히 여성을 탈락시키고, 언제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혐오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여성은 차별받는다고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이 나서서 성차별이 사회 구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생긴다면, 우리가 그동안 ‘차별’임에도 제대로 지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건 ‘성차별’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상식적이고 공정한 사회입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상식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절반이 반대한다고 하는 ‘검수완박’ 수사권 조정을 갖은 꼼수를 동원해서 한달도 안 되는 시간만에 성사시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차별금지법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국민들은 이미 예전부터 준비를 마쳤습니다. 더 이상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됩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의 부름에 응답하십시오.
발언5 가현(페미니즘당 창당모임)
안녕하세요.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이가현 활동가입니다. 페미니즘당은 성평등을 제1이슈로 하는 정당 준비모임으로, 페미니스트 정치세력화, 다양성 대표제, 젠더화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해오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이야기합니다.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십시오. 켜켜이 쌓인 여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용모단정을 요구받고, 채용에서 밀리고,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여자라는 이유로 꾸밈노동을 하고 술을 따르고 커피를 타고 돌봄과 양육을 도맡고, 가사노동을 남자보다 몇 배 이상 해야 하는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입니까?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 군인을 강제로 전역시킨 뒤에 함께 복무할 여군들의 핑계를 대는 것이 정당한 일입니까? 그동안 우리 사회는 효율성과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성차별을 자행하며 여성을 무급노동과 독박육아로 내몰았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성폭력당하고 살해당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차별하는 한국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면 페미니즘 붐이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누가 좋다고 길바닥에 앉아서 두세시간씩 땡볕아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자기 돈 들여가면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겠습니까?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성차별이고 성폭력이기에 여성들은 거리로 나오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주식처럼 매일매일 오르락 내리락하는 지지율을 보면서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리는 정치를 합니다. 이런 논리라면 가장 먼저 당선되었어야 할 후보는 바로 차별금지법입니다. 차별금지법의 지지율은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율보다 높고, 매년 몇 번씩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도 언제나 찬성 비율이 과반수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회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극단적인 의견을 과대평가해 그들의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하나 만들자고 활동가들을 전국도보행진을 시키고, 40일 넘게 굶기는 것이 과연 나랏밥 먹는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일피일 미뤄서 선거 기간 내내 어떻게든 기사 한 줄이라도 더 나가게 질질 끌면서 표를 벌어보려고 차별금지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있을 공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설득하십시오. ‘당신이 차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지 마시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당신이 받을 수 있는 평등한 대우에 집중해 주십시오’라고 올바르게 설명하십시오. 성소수자는 차별해야 하니 차별금지법 반대한다는 일부 종교인들, 차별금지법에 차별금지 사유로 ‘종교’가 추가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은 존재해야 한다는 일부 경영인들, 막상 본인이 인종차별 당하면 항의하실 겁니다. 차별금지사유에 학력차별은 존재해야 한다는 일부 교육계 종사자들께 앞으로 출신 지역에 따라서 교육계 종사자 월급에 차별을 두자고 하면 이 분들께서 기뻐하며 찬성하겠습니까?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모두에게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여성들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한 것처럼, 차별금지법을 통해 모든 시민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고 차별을 구제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