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6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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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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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한국사회에 너무나 만연해서 깨닫지 못했던 여성폭력, 여성살해의 실태를 사회적으로 돌아보게 했고 여성폭력의 원인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 그리고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묵인한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아직도 어떤 이들은 강남역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낸 역사를 부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 ‘묻지마’라는 이름에 가려져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이 가려져 왔는지, 그것이 폭력을 예방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물어야’합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 폭력, 살해, 혐오에 대해 ‘묻지마’라고 하는 사회는 얼마나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입니까.

강남역 사건이 있은 뒤 6년, 자칭 ‘페미니스트 정권'도 연이은 지자체장의 성폭력에 비상식적인 대처를 보이며 제때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여성-페미니스트 정치인을 향한 남성정치인의 성폭력,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OECD 성별임금격차 1위의 국가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고,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위협하는 친기업적인 규제 완화와 반헌법적 정책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며 ‘남성혐오부’이고 ‘박살내야 한다’는 식의 폭력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부끄러움 없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5월 17일 지금 지방선거에서는 페미니즘 정치를 당당하게 외치고,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위해 법개정운동을 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기 위해 쉬지않고 모이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단식을 불사하고, 청년 남성으로서 젠더갈라치기 정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이 폭력과 차별없는 환경에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정치의 구조를 바꾸는 것, 페미니즘 정당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고 그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 지치고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며 기댈 수 있는 동료애를 키우는 것이 그것입니다.

페미니즘이 금기시되고, 페미니스트는 욕먹어도 싼 사람들이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부흥의 시기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시기라면 반동의 시기는 그렇게 만든 것들을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시기일 것입니다. 6년 전 강남역 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며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고통받으며 생존과 존엄을 위해 싸우고 있을 여성들을 위해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묵묵하게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022. 5. 17.
페미니즘당 창당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