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 | 박원순 다큐 <첫 변론> 개봉 규탄 기자회견 연서명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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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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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2020년 7월 9일, 한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그가 자신과 함께 일하던 여성 비서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일하는 동안 가해자로부터 성적 의미가 내포된 메시지를 받았고, 원치않는 신체접촉을 당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를 주변인에게 조심스레 알렸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지속적인 전보 요청을 통해 4년만에 부서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고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한 것을 알고나서 하루 뒤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수많은 의심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였다는 비난과 진짜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것이 맞냐는 추궁을 당해야 했습니다. 같이 일했던 일부 상사들은 그녀를 의심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업무가 아니었다'는 등의 말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피해자 변호사와 반성폭력단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을 인정했고, 법원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사실임을 인정했습니다.

사건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해자 주변인들이 계속해서 가해자의 명예회복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변호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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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첫 변론>을 만든 사람들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꾸렸습니다.그들은 다큐를 개봉하겠다고 예고하며 겉으로는 박원순을 믿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세워놓은 허구의 박원순을 지키고, 그 뒤에 숨어 피해자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피해사실을 몰랐으며,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것이 맞냐는 의심을 칼처럼 휘두르고 있습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2차 피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2차 피해”란 여성폭력 피해자(이하 “피해자”라 한다)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수사ㆍ재판ㆍ보호ㆍ진료ㆍ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ㆍ신체적ㆍ경제적 피해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ㆍ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로 인한 피해를 포함한다)
-사용자(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사업주를 위하여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한다)로부터 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입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이익조치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살하고, 국가기관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그 후 3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라면, 당신은 지금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존경해마지않던 가해자를 스스로 고발해야 했을 때 피해자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그런 피해자를 3년이 지나도록 괴롭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무엇을 위해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습니까?

박원순의 잘못을 책임지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박원순의 과를 지우려 하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피해자의 목소리는 단 한 순간도 의미있게 듣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이제 그만 멈추십시오. 이것은 박원순을 위한 일도, 피해자를 위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무책임하게 방관했던 주변인들을 위한 일입니다.

다큐멘터리가 기반했다고 주장하는 책 <비극의 탄생>은 바로 그렇게 가해자 주변인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한 사실, 피해를 입은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손병관기자는 이들을 부추기며 피해자를 적대하고 의심할 것을 종용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과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이미 직장 내 성희롱은 성립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의 노동권과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므로 가해자의 의도를 묻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럴 의도가 아니셨을 거다'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말은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또한 피해자의 표정과 행동이 어떠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일터에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다 드러내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시민이고, 노동자이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입니다. 원활한 직장생활, 부드러운 업무진행을 위해 내심과는 다른 말과 표정으로 직장 내 분위기를 돋우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입니다. 우리는 나와 비슷한 고통과 인내를 경험하고 있는 한 강인한 여성을 위해 연대하겠습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마십시오.

다큐멘터리 <첫 변론>은 개봉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해당 다큐멘터리의 개봉 취소를 요구합니다.

2023년 6월 27일

업무상 성희롱을 겪은 적 있는 시민 x명, 그리고 다큐 <첫 변론>의 개봉을 규탄하는 y명의 시민

공동주최

강원아카이브사회적협동조합,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노동당, 노동도시연대, 녹색당 소수자인권위원회, 녹색당 여성위원회, 부산여성회, 불꽃페미액션,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여성환경연대,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전교조경기지부 여성위원회,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직접행동영등포당, 천안여성회, 청년정의당, 페미위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