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당원 서평] 여성-청년-정치 삼각형에 대한 광기는 커져만 가고...

페이지 정보

DATE

21.04.18 18:06

HIT

2,217

본문

eef1886c8468c9d224ceb530e24470af_1618736713_6388.png
 

- 『여성 청년 정치 - 페미니스트 정치를 말하다』의 리뷰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됩니다. 정치에 대한 필자의 옛 견해, 페미니스트 정치를 접하게 된 경위,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가져다 준 불火. 매우 날것의 글이기에 제 의식의 흐름을 따라오시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의 생에 2n년 중 20년 동안 정치의 이미지 = ‘돈 많은 남자들이 지들 목소리 크다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소수자 중의 소수자, ‘여성’이자 ‘청년’이자 ‘성소수자’인 나에게 정치판이란 변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랄까. 그래서 정치인들의 허황된 이야기에는 무심했고, 투표할 권리가 생겼을 때 “음.. 저 사람이 되는 건 더 싫으니까 차라리 이 사람 뽑아야겠다.“ 정도의 마음으로 관망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어렴풋이 ”근데 국민이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려면 각 연령과 직업군에서 한 명씩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이미 당사자 정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임을 깨달았다. 아니 나 곽두팔의 통찰력 무슨 일이야..!) 아무쪼록 이런 나에게 처음 ‘페미니스트 정치’가 피부로 다가온 것은 바야흐로 2020년에 있던 21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페미니스트 후보들의 토론회가 연이어졌다. 갑자기 젠더정책에는 무관심하던 남성 후보들까지 자기가 사이버성폭력의 심각성을 원래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양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리고 국회에서도 일사천리로 ‘N번방 방지법‘이 제정되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을 대상 청소년이 아닌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합심하면 빠르게 이루어지는 일이라니! 그럼 지금까지는 그냥 관심이 없어 여성의제 무시한 것이었냐! 울분이 일었다.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법과 제도를 바꾼다!→근데 정치판에 페미니스트가 너무 없어! 여성도 별로 없어!→와 이거 진짜 문제다!→근데 내가 뭐 어쩔 수 있나? 난 정치인도 아니고 이미 정치판에는 엘리트 중심 중산층 남성들밖에 없는데.' 장황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이후의 정치에 대한 생각 도식은 이 정도였다. 


  이후 7월, 서울시장위력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정말 말을 잇지 못했다. 필자가 얼마나 분노했을지 다들 공감하실 거로 생각한다. 위력 성폭력에 의해 공석이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자리. 가부장제 사회의 민낯이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직장 내 권력구조, 권력에 의한 폭력에 더 촉각을 곤두서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인데.. 역시 정치인들은 항상 나의 기대를 벗어난다. 놀랍게도 자기들 자리인 줄 알고 신나서 뛰어들어온 거대정당들의 후보들은 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치 쟁점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소비한다. 4.7 재보궐선거는 명백하게 ’권력형 성폭력‘ 때문에 치르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다들 부동산 이야기만 할 수 있는가. 이렇게 피해자의 목소리와 용기가 지워지는 것 같아 무서웠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나는 이번 선거에서도 외면당하겠구나 생각하며 3대 감정 ’분노, 환멸, 좌절‘ Max를 찍을 때,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한 곳이 ’팀서울‘이었다. 아 그래! 우리 자리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들이 국회에 있고 정치판에 있는 것! 백날 200만 명의 청원을 받아도 무시당하던 여성의제들을 가시화하고 행동으로 나서 줄 사람들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이게 페미니스트 정치구나! 


  그렇게 페미니스트 여성정치에 광기가 차오른 필자는 바로 『여성 청년 정치』 리뷰 이벤트를 신청하고 읽게 되었다. (서사가 너무 길어서 죄송하다. 하지만 정치 관망자였던 내가 어떻게 페미니스트 정치를 만나고 그라데이션 분노와 희망을 느끼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치에 관련한 책을 처음 읽어서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어쩌나 쫄았는데 맙소사. 어쩜 다들 이렇게 유쾌하고 매력적이지? 정치, 이렇게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거였나? 우선 여성정치인이 어떻게 정치판으로 들어가게 되는지, 무엇을 실현하고자 하는지 듣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다. 각자 다른 곳에서 시작했지만 모두가 페미니즘을 만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정당이든 시민단체든 각자의 방식으로 정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특히 정치에 무지했던 필자는 어떻게 정치인이 되는지 몰랐다(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정당에 들어가는 것, 지역 자치구에서 출마하는 것 등 정치판에 들어가기 위해선 다양한 루트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페미니스트가 정치판에 들어가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다. 사람들은 정치를 어렵게 느끼고 ‘정치세력화’라는 단어는 늘 낯설지만 모든 공동체와 관계에서 정치는 불가항력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제도가 바뀔 때까지 천천히, 흩어지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 ‘정치세력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삶에 대한 관점이 넓어졌다. 나도 정치세력화에 한 꼬집이라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긍심이 생기고 여성-청년-정치 삼각형에 대한 광기가 커져만 간다(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몰라서 적지만 소수자 정치는 사실 삼각형이 아니라 백오십 각형 정도 되지 않을까).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너무 소중하고 머리를 댕~! 친 것처럼 깨달음을 줘서 리뷰를 쓰려면 끝도 없다. 왜 이렇게 필자가 열광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이 책을 가지고 매일 챕터별로 열띤 토론과 소회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쉽지만 나 곽두팔에게 불火을 지폈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에서는 임원직과 활동가들의 연령차이가 크게 난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어린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아주, 쉽게, 잘 묵인 당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끊임없이 청년노동자의 입장을 얘기하고, 세대를 뛰어넘어 공존하기 위해 몇 년간 노력했지만, 요즘은 동료가 ‘절충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부당한 사항에도 “네네~”로 일관하며 얼른 넘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변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언쟁하고 여성청년의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하기 너무 지친다. 그런데 류호정, 용혜인, 장하나, 이가현, 신지예 선생님의 목소리가 내게 왔을 때 꺼진 불씨가 다시 소생하고 있다. 발언권이 없고, 기존의 방식에 잘 수긍해야 하며, 다른 의견을 내면 요즘 젊은 활동가들은 조직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이곳에서 나는 계속 여성청년의 목소리를 내고 체계를 바꿀 정치를 하고 있던 것이다. 조직을 사랑하는 만큼 더 다양한 사람들이 조직에서 활동하고, 여성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좋은 토양을 다지고 싶다. 그것이 현재 나의 페미니스트 정치이다. 목소리를 되찾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류호정 선생님께 힘을 주었던 선배님의 응원은 나에게도 힘을 준다. 나 곽두팔, 다시 여성청년정치를 시작할 때이다. 

“싸가지 없는 어린여자, 끝내 이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