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당원 서평] 분명 선택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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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들려온 것은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일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혐오성 발언이 넘쳐나며, 혐오범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독히도 잔인한 2021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퀴어활동가 김기홍 씨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의 부고가 연이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은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성/인종차별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한 후보는 ‘거부할 권리’를 주장하며, ‘퀴어 특구’를 이야기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3월 25일 서울 노원에서 스토킹으로 인한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남성은 한 여성을 스토킹해왔고,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상대 여성을 포함한 세 모녀를 살해했다.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지 22년 만에 ‘스토킹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한두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내가 디디고 서 있는 이 땅이 혐오로 가득하다는 사실에 때로는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여성 청년 정치인들은 꽉 조인 넥타이 틈 사이로 균열을 내고 숨통을 틔워준다. 그게 그렇게 힘이 될 수가 없다. 지금 여기 당장에 필요한 것들을 여성 청년 정치인들은 이야기한다. “나중에”가 아니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장영은은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 정치는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며, 여성들이 자기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다(『여성, 정치를 하다』 11쪽). 이 맥락에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의 슬로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의 슬로건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은 너무나 반갑다. 그동안 자기 몫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여기에 당신 몫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만 같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기성정당에 희망을 걸 수 없다는 걸 경험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명 선택지는 있다. 그 선택지는 여성 청년 정치인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 청년 정치』를 다 읽고 난 후에 든 감상은 ‘부끄러움’이었다. 윤동주가 쉽게 쓰이는 시를 부끄러워했던 것처럼, 나는 쉬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들에게 내 삶을 빚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처음 도서 이벤트에 응모한 이유는 그저 책에 대한 관심일 뿐이었다. 텀블벅 후원 기간을 놓쳐 언제 책을 살까 하다가 도서 이벤트를 본 것이다. 이벤트에 당첨된 후에 당원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당에 가입하는 것이 망설여져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기고자 했다. 왜 나는 페미니즘당에 가입하는 걸 망설였을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생각하고 페미니스트 정치판을 꿈꾸면서도 정치적으로 한 발 떼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웠다. 쨌든 페미니즘당 공동대표인 가현님의 알바노조부터 불꽃페미액션, 동대문구 국회의원 선거까지의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해 온 터라 예비당원이 되고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책의 주인공이자 인터뷰이인 다섯 사람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목소리’와 ‘세력화’다. 목소리를 갖는 것은 단순히 의견을 말할 기회를 넘어서는 것이다. 류호정은 노조에서 활동하면서 국회 앞에서 집회할 때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담을 넘지 못하는 것을 경험했다(41쪽). 장하나의 꿈은 사람들이 목소리 자체를 되찾는 것이다(180쪽). 이가현 역시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국회의원 선거 이후에 그는 자신의 주변만이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내는 목소리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듯하다. 그는 페미니스트 여성 정치인을 키워 제도권 안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211쪽). 마찬가지로 용혜인과 신지예 역시 정치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용혜인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야 하며(127쪽), 신지예는 공론장을 통한 장기적인 조직화 비전을 제시한다(257쪽).
책을 다 읽은 후에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옴과 동시에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2018년 불법촬영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의 한 캐치프레이즈였던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말은 이 책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다. 우리는 류호정, 용혜인, 장하나, 이가현, 신지예를 보며 서로가 서로의 계기가 되며 용기가 된다. 류호정을 보며 일상적인 여성들의 출근 옷차림인 원피스가 국회에서는 왜 논란이 되는지, 용혜인을 보며 사회초년생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장하나를 보며 엄마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지, 이가현을 보며 활동가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신지예를 보며 페미니스트로서 녹색정치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들의 실천이 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본다.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우리가 겪는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다섯 명의 인터뷰이들과 세 명의 기록자들은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섯 명의 인터뷰를 읽어가면서 장하나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됐다. 사실 이 책 이전에 장하나라는 정치인을 잘 몰랐다. 2012년에 투표권이 없었다는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지만 그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가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를 읽으며, 진보정당은 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하지만 정작 평범한 우리네 엄마들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데에 깊은 공감을 했다. 그는 진보정당은 너무 알아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성 및 인권 단체 활동에 관심이 많고 학업을 마치면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진보 단체 활동을 보다 보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망설여진다. 여성학, 장애학, 교육학 등 관련 사상가들과 활동가들의 글을 읽고 토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 등은 활동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정치하는엄마들’에서는 누구나에게 정치참여를 권한다. 수많은 소모임에서 자유롭게 인터뷰할 사람을 물어보고,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무나 무조건 할 수 없다고 용기를 준다. “누구라도 할라치면 할 수 있”는 것이다(164쪽).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당사자 정치를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청년으로 여성으로 학생으로 할머니로 누구나 내가 속한 삶에서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정치가 어려운 무엇인가가 아니고 매사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제안함으로써 정치에 한발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10여 년 전 고등학교 어느 수업 때 생각나는 여성 정치인을 말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생각났던 인물이 박근혜, 나경원, 심상정, 한명숙 정도였던 것 같다. 한 손에도 다 꼽을 수 없는 아주 소수의 인물만 기억이 났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우린 고작 다섯 명의 여성 정치인도 꼽을 수 없었을까. 그러면서 꿈꿨던 것 같다. 여성들이 더 자기 몫을 찾는 그런 사회를. 분명히 그런 사회는 만들어지고 있다. 또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를 활보하는 20대 여성 국회의원을, ‘나는 임차인’임을 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소득을 외치는 국회의원을,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정치를 주장하는 엄마들을, 페미니즘 정치판을 짜고 오래도록 지켜나가고자 하는 청년 여성 정치인들을 지금의 학생들은 보고 자랄 것이다. 그리고 꿈꿀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
흔히 선거철이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인은 다 거기서 거기이니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고 말이다. 결국 우리는 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말하고 싶다. 최악과 차악, 그 옆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최선은 언제나 있다는 것을. 혹자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기는 싸움에 걸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질지라도 사람들은 그 싸움을 기억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여성혐오, 인권감수성, 성적자기결정권 등의 단어들에 익숙해졌으며, 그에 반하는 일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연대하고 있다. 싸움을 걸면 싸움을 하자(211쪽). 우리는 그저 바라면 된다. “싸가지 없는 어린 여자. 끝내 이기기를(62쪽).” 류호정, 용혜인, 장하나, 이가현, 신지예가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뒤에 수많은 여성들의 행진은 곧 보란 듯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그들의 행보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해도 언젠가 모두에게 자리가 있는 세상을 꿈꾸자. 물론 지금 당장이면 좋겠다.
*2016년 나이지리아 청년 단체들은 청년의 정치참여를 위해 선출직 후보 출마 연령 제한을 낮추는 #출마하기에 어리지 않다(#NotTooYoungToRun) 캠페인을 벌였다. (『여성, 정치를 하다』 332쪽)
장영은은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 정치는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며, 여성들이 자기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다(『여성, 정치를 하다』 11쪽). 이 맥락에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의 슬로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의 슬로건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은 너무나 반갑다. 그동안 자기 몫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여기에 당신 몫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만 같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기성정당에 희망을 걸 수 없다는 걸 경험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명 선택지는 있다. 그 선택지는 여성 청년 정치인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 청년 정치』를 다 읽고 난 후에 든 감상은 ‘부끄러움’이었다. 윤동주가 쉽게 쓰이는 시를 부끄러워했던 것처럼, 나는 쉬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들에게 내 삶을 빚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처음 도서 이벤트에 응모한 이유는 그저 책에 대한 관심일 뿐이었다. 텀블벅 후원 기간을 놓쳐 언제 책을 살까 하다가 도서 이벤트를 본 것이다. 이벤트에 당첨된 후에 당원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당에 가입하는 것이 망설여져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기고자 했다. 왜 나는 페미니즘당에 가입하는 걸 망설였을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생각하고 페미니스트 정치판을 꿈꾸면서도 정치적으로 한 발 떼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웠다. 쨌든 페미니즘당 공동대표인 가현님의 알바노조부터 불꽃페미액션, 동대문구 국회의원 선거까지의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해 온 터라 예비당원이 되고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책의 주인공이자 인터뷰이인 다섯 사람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목소리’와 ‘세력화’다. 목소리를 갖는 것은 단순히 의견을 말할 기회를 넘어서는 것이다. 류호정은 노조에서 활동하면서 국회 앞에서 집회할 때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담을 넘지 못하는 것을 경험했다(41쪽). 장하나의 꿈은 사람들이 목소리 자체를 되찾는 것이다(180쪽). 이가현 역시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국회의원 선거 이후에 그는 자신의 주변만이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내는 목소리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듯하다. 그는 페미니스트 여성 정치인을 키워 제도권 안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211쪽). 마찬가지로 용혜인과 신지예 역시 정치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용혜인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야 하며(127쪽), 신지예는 공론장을 통한 장기적인 조직화 비전을 제시한다(257쪽).
책을 다 읽은 후에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옴과 동시에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2018년 불법촬영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의 한 캐치프레이즈였던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말은 이 책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다. 우리는 류호정, 용혜인, 장하나, 이가현, 신지예를 보며 서로가 서로의 계기가 되며 용기가 된다. 류호정을 보며 일상적인 여성들의 출근 옷차림인 원피스가 국회에서는 왜 논란이 되는지, 용혜인을 보며 사회초년생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장하나를 보며 엄마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지, 이가현을 보며 활동가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신지예를 보며 페미니스트로서 녹색정치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들의 실천이 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본다.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우리가 겪는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다섯 명의 인터뷰이들과 세 명의 기록자들은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섯 명의 인터뷰를 읽어가면서 장하나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됐다. 사실 이 책 이전에 장하나라는 정치인을 잘 몰랐다. 2012년에 투표권이 없었다는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지만 그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가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를 읽으며, 진보정당은 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하지만 정작 평범한 우리네 엄마들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데에 깊은 공감을 했다. 그는 진보정당은 너무 알아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성 및 인권 단체 활동에 관심이 많고 학업을 마치면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진보 단체 활동을 보다 보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망설여진다. 여성학, 장애학, 교육학 등 관련 사상가들과 활동가들의 글을 읽고 토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 등은 활동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정치하는엄마들’에서는 누구나에게 정치참여를 권한다. 수많은 소모임에서 자유롭게 인터뷰할 사람을 물어보고,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무나 무조건 할 수 없다고 용기를 준다. “누구라도 할라치면 할 수 있”는 것이다(164쪽).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당사자 정치를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청년으로 여성으로 학생으로 할머니로 누구나 내가 속한 삶에서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정치가 어려운 무엇인가가 아니고 매사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제안함으로써 정치에 한발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10여 년 전 고등학교 어느 수업 때 생각나는 여성 정치인을 말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생각났던 인물이 박근혜, 나경원, 심상정, 한명숙 정도였던 것 같다. 한 손에도 다 꼽을 수 없는 아주 소수의 인물만 기억이 났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우린 고작 다섯 명의 여성 정치인도 꼽을 수 없었을까. 그러면서 꿈꿨던 것 같다. 여성들이 더 자기 몫을 찾는 그런 사회를. 분명히 그런 사회는 만들어지고 있다. 또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를 활보하는 20대 여성 국회의원을, ‘나는 임차인’임을 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소득을 외치는 국회의원을,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정치를 주장하는 엄마들을, 페미니즘 정치판을 짜고 오래도록 지켜나가고자 하는 청년 여성 정치인들을 지금의 학생들은 보고 자랄 것이다. 그리고 꿈꿀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
흔히 선거철이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인은 다 거기서 거기이니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고 말이다. 결국 우리는 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말하고 싶다. 최악과 차악, 그 옆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최선은 언제나 있다는 것을. 혹자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기는 싸움에 걸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질지라도 사람들은 그 싸움을 기억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여성혐오, 인권감수성, 성적자기결정권 등의 단어들에 익숙해졌으며, 그에 반하는 일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연대하고 있다. 싸움을 걸면 싸움을 하자(211쪽). 우리는 그저 바라면 된다. “싸가지 없는 어린 여자. 끝내 이기기를(62쪽).” 류호정, 용혜인, 장하나, 이가현, 신지예가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뒤에 수많은 여성들의 행진은 곧 보란 듯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그들의 행보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해도 언젠가 모두에게 자리가 있는 세상을 꿈꾸자. 물론 지금 당장이면 좋겠다.
*2016년 나이지리아 청년 단체들은 청년의 정치참여를 위해 선출직 후보 출마 연령 제한을 낮추는 #출마하기에 어리지 않다(#NotTooYoungToRun) 캠페인을 벌였다. (『여성, 정치를 하다』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