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당원 서평] "싸가지 없는 어린 여자. 끝내 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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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5 21:45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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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년 정치: 페미니스트 정치를 말하다』는 차별금지법 발의와 낙태죄 개정 논의로 뜨거웠던 2020년을 여성 청년 정치인들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비록 지지부진하고 참담한 순간도 있었지만, “페미니스트 정치사에 기록되어 마땅한”, “여성 청년,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의 활약이 유사 이래 가장 화려했던 2020년”을 복기하며, 페미니스트 정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여성의 목소리가 잊히고 지워지지 않는 논의의 좌표를 제공하고자 한다. 모든 삶의 모습이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현장에서 뛴 여성 청년 정치인들은 ‘나 역시 대표될 수 있다’는 용기를 일깨우며, 엘리트 남성 위주인 우리 국회의 일그러진 대표성을 환기하는 존재다.
우리를 대표하도록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사실상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을 때가 많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며 진지한 눈빛으로 서약했던 그분에게 실망하여 절망하던 순간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가 내 머릿속에 울렸었다. 이 곡의 가사에는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말하지 않아”라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정부다. 문 역시 ‘우리를 위해 말하지 않는 그들’과 결국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여성 청년 정치: 페미니스트 정치를 말하다』 인터뷰집이 소개하는 다섯 명의 여성 청년 정치인은 절망에 빠지기를 분연히 거부하고 기성 정치의 왜곡된 지형을 다시 쓰기 위해 직접행동으로 나선다.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기성 정치에 합류하는 일을 넘어, 여성과 약자가 배제되지 않으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새로운 판을 짜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투쟁의 최전선에 나선 혁명가들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 정치와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이 책은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말하지 않아”라는 가사에 대한 상세한 코멘터리처럼 읽히기도 한다.
신지예 소장(젠더폴리틱스연구소)이 언급한 바처럼, 지금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원동력은 일상에서 수없이 겪는 모순된 성차별로 야기된 절박한 분노다. 집회 현장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인터넷에서 여성들의 새 시대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분출하는 중인데, 기존의 정치는 이 요구를 받아낼 여력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이 자명하다. 인터뷰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질적인 정치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흥미롭게도 그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엘리트 유산계급 남성 위주인 기존 정치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한 그들’이 우리를 위하는 척 말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우리 각자의 목소리를 되찾아야 한다.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약자들의 투쟁은 모두 의견을 말할 기회를 얻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목소리를 가졌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 각각의 위치에서 감각하는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마치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의 일상적인 경험에 엄청난 괴리가 있듯이.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는 정치적 세력화가 필요하고, 더 많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이가현 공동대표(페미니즘당)는 “정당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고, 서포트해서 용기를 주고, 키워서 후보로 내보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남성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기회가 여성들에게는 박탈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정치적 세대를 구성하는 요소로 페미니즘을 꼽는 용혜인 국회의원(제21대)은 남성이 독식하는 기존의 체제 안에서 페미니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임을 깨닫고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하자. 당을 만들자”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노력과 더불어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의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제19대)은 ‘당사자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과소대표된 여성 정치, 청년 정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싸워라! 싸워라! 조직해서 싸워라!”라는 참여를 독려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둘째로 페미니즘 정치는 연대의 정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삶의 모습이 소외되지 않는 정치여야 한다. 이가현 대표는 배제하고 배척하는 경쟁을 지양하고, 밀어주고 같이 가는 정치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신지예 소장은 자신과 다른 존재 간의 교차되는 지점을 발견하며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내 몫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파이론’은 페미니즘 정치의 저변을 훼손할 뿐이기 때문이다. 연대는 우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이기도 할 터다. 페미니스트들의 중요한 마음가짐 중 하나로 돌봄을 꼽는 신지예 소장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들만의 이야기인 히스토리에 ‘허스토리’를 더하기 위해 지난하고 어려운 투쟁의 최전방에 선 여자들이 여기 있다. 류호정 국회의원(제21대)는 “저는 스스로 청년 정치의 실험대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잘해야 된다고도 생각해요. ‘중년 남성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정치를 할 수 있다’ ‘다양해지니까 더 좋더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제가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로 막중한 책임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이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을 보며, 이제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잊지 말자, 페미니즘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것을. 파리바게트 노조 임종린 지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싸가지 없는 어린 여자. 끝내 이기기를.”
우리를 대표하도록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사실상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을 때가 많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며 진지한 눈빛으로 서약했던 그분에게 실망하여 절망하던 순간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가 내 머릿속에 울렸었다. 이 곡의 가사에는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말하지 않아”라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정부다. 문 역시 ‘우리를 위해 말하지 않는 그들’과 결국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여성 청년 정치: 페미니스트 정치를 말하다』 인터뷰집이 소개하는 다섯 명의 여성 청년 정치인은 절망에 빠지기를 분연히 거부하고 기성 정치의 왜곡된 지형을 다시 쓰기 위해 직접행동으로 나선다.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기성 정치에 합류하는 일을 넘어, 여성과 약자가 배제되지 않으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새로운 판을 짜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투쟁의 최전선에 나선 혁명가들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 정치와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이 책은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말하지 않아”라는 가사에 대한 상세한 코멘터리처럼 읽히기도 한다.
신지예 소장(젠더폴리틱스연구소)이 언급한 바처럼, 지금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원동력은 일상에서 수없이 겪는 모순된 성차별로 야기된 절박한 분노다. 집회 현장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인터넷에서 여성들의 새 시대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분출하는 중인데, 기존의 정치는 이 요구를 받아낼 여력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이 자명하다. 인터뷰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질적인 정치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흥미롭게도 그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엘리트 유산계급 남성 위주인 기존 정치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한 그들’이 우리를 위하는 척 말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우리 각자의 목소리를 되찾아야 한다.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약자들의 투쟁은 모두 의견을 말할 기회를 얻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목소리를 가졌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 각각의 위치에서 감각하는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마치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의 일상적인 경험에 엄청난 괴리가 있듯이.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는 정치적 세력화가 필요하고, 더 많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이가현 공동대표(페미니즘당)는 “정당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고, 서포트해서 용기를 주고, 키워서 후보로 내보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남성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기회가 여성들에게는 박탈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정치적 세대를 구성하는 요소로 페미니즘을 꼽는 용혜인 국회의원(제21대)은 남성이 독식하는 기존의 체제 안에서 페미니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임을 깨닫고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하자. 당을 만들자”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노력과 더불어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의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제19대)은 ‘당사자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과소대표된 여성 정치, 청년 정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싸워라! 싸워라! 조직해서 싸워라!”라는 참여를 독려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둘째로 페미니즘 정치는 연대의 정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삶의 모습이 소외되지 않는 정치여야 한다. 이가현 대표는 배제하고 배척하는 경쟁을 지양하고, 밀어주고 같이 가는 정치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신지예 소장은 자신과 다른 존재 간의 교차되는 지점을 발견하며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내 몫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파이론’은 페미니즘 정치의 저변을 훼손할 뿐이기 때문이다. 연대는 우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이기도 할 터다. 페미니스트들의 중요한 마음가짐 중 하나로 돌봄을 꼽는 신지예 소장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들만의 이야기인 히스토리에 ‘허스토리’를 더하기 위해 지난하고 어려운 투쟁의 최전방에 선 여자들이 여기 있다. 류호정 국회의원(제21대)는 “저는 스스로 청년 정치의 실험대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잘해야 된다고도 생각해요. ‘중년 남성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정치를 할 수 있다’ ‘다양해지니까 더 좋더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제가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로 막중한 책임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이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을 보며, 이제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잊지 말자, 페미니즘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것을. 파리바게트 노조 임종린 지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싸가지 없는 어린 여자. 끝내 이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