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박원순 다큐’ 명백한 2차 가해”…46개 단체·정당 개봉 취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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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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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생전과 죽음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이 오는 8월 개봉될 예정이다. 여성단체와 정당 등은 “피해자를 향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다큐멘터리 개봉 취소를 촉구했다.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창당위)는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46개 여성단체 및 정당과 함께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박 전 시장 사망 3주기인 다음달 9일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8월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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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와 여성단체 및 정당 등이 모인 46개 단체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요구하며 첫 변론이라 써진 손팻말에 가위 표시를 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가 쓴 책 ‘비극의 탄생’을 원작으로 한다. 이 책은 시장실에 근무했던 직원 인터뷰 등을 통해 ‘피해자가 전보를 원했다면 시장에게 더 강력히 주장했어야 했다’ ‘속옷 갖다놓으라고 한 것 가지고 성인지 감수성 부족 운운하는 것이 오바’라는 발언을 실었다. 이 책 내용을 토대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역시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한다.


 


이가현 창당위 공동대표는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4년, 고소를 결심한 뒤 가해자가 사망하고 가해자와 관련된 영화가 나오기까지 3년, 총 7년”이라며 “수사기관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가해를 인정한 것에는 아무 평가도 않고 피해자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피해자가 법정이 아닌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느냐”고 반문했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은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사건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강압적 구애, 일명 ‘구애 갑질’로 분류할 수 있다”며 “명백한 성폭력 행위이며 법원과 인권위 역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박 전 시장은 성폭력 가해자이고 피해자 노동환경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그의 죽음을 변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세정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역시 “박 전 시장을 믿는다는 사람들의 망언은 성폭력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중심주의를 가져야 한다는 사법부 입장을 정면으로 배척하는 것”이라며 “첫 변론 개봉은 박 전 시장이 죽었어도 그의 위력이 죽지 않았따는 것을 보여주는 2차 가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차 가해’라며 질문도 못 하고 침묵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은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폭력이 왜 발생하는지 질문한 적 있느냐”며 “정치 공간에서 권력형 성범죄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반복되는데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가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 관계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한다”며 “이는 피해자 노동권과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므로 가해자의 의도를 묻지 않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것’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은 힘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이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 취소를 요구하며 “첫 변론이 아니라 반성없는 2차 가해일 뿐이다” “변론이 아니라 변명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