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국민의힘, 민주당 대신할 '영등포당', '페미니즘당'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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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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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 정치개혁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직선거법 개정을 넘어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정당 및 의제정당의 창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정당네트워크, 직접민주주의 정당 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정치개혁 활동 단체들은 30일 오전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현행 정당법이 '양당 기득권'을 과도하게 보장하고 있으며,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정당 및 의제정당의 창당을 활성화하는 것이 "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내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정당이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특수 의제에 집중하는 정당을 이르는 개념이다. 국내에선 스페인의 지역정당 연합체 '포데모스'나 일본의 생활협동조합 '가나가와 네트워크' 등이 지역정당의 대표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관련기획 ☞ 여의도 '바깥'의 정치)


지역정당은 중앙정치에 관계없이 지역민들의 의제를 반영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지만, 국내에선 1962년 제정된 정당법이 수도에 근거를 둔 중앙당과 최소 지역조직 및 당원 수 등을 정당의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지역정당의 창당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한편 의제정당이란 여성주의, 기후위기, 교육개혁 등 개별 의제에 대한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정당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여성의당', '기본소득당'과 같은 일부 창당 사례들이 있지만 역시 엄격한 수준의 정당 창당 조건으로 인해 정당의 창당 및 이후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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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창당한 지역정당 '직접행동영등포당'이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3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당원으로 가입해 있는 영등포당은 이날 영등포구청 앞에서 자전거 도로 확충 등 다양한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프레시안 취재팀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지역정당, 의제정당 등의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는 '정당의 다양화'가 "지역 수준에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만권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박사는 "우리가 지방자치를 진정으로 활성화하려 한다면 평범한 주민들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야만 한다"라며 "중앙에 종속되지 않은 지역 기반의 정당이야말로 벤자민 바버가 말하는 '강한 민주주의'(Strong Democracy)를 만드는 핵심적인 제도적 기구"라고 강조했다.


강한 민주주의 이론을 역설한 벤자민 바버는 "모든 시민이 생활의 방식으로서 공공사에 참여하면서 문제해결력을 갖는 공동체의 생성"을 대표자 중심의 현행 '엷은(Thin)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로의 진입을 위한 중간단계 쯤으로 여겨지는 국내 정당체제 내에선 중앙정치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민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해낼 수 있는 지역정당이 지역민들의 직접정치를 강화하는 대안으로 꼽혀왔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이와 관련해 "지역정당은 그 규모는 작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결성된 정치단체로 지역주민들과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중앙에서 놓치기 쉬운 지역의 현안들에 관심을 집중한다"라며 "지역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단체들의 선거 참여를 허용한다면 지방선거에서 지역이슈의 실종이나 중앙정치가 되풀이되는 상황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내에서 실제 지역정당 및 의제정당을 창당 혹은 준비하며 비공식 정당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당 활동가들도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는 "영등포구에선 지역의제와 관련해 양당의 대결구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무원들이 지역정당 측에 도움을 요청해오기도 한다"라며 "(지역정당을 중심으로) 지역정치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양당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주민 공론장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창당한 직접행동영등포당은 당시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법상 정당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지역정당 창당과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은평민들레당, 과천시민정치당, 진주같이 등 국내 지역정당들이 이에 함께하며 '지역정당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관련기사 ☞ '영등포당'을 아십니까?…성매매 집결지와 텃밭 앞 '특별한' 정당 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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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국내 지역정당 추진 단체들이 모인 지역정당네트워크와 전국의 지역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역정당 창당 허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1년 11월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정당법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지 1년이 된 시점이다. 사진은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의 모습. ⓒ프레시안 취재팀


여성주의 의제정당 페미니즘당을 창당하기 위해 창당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활동가는 의제정당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역정당 창당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활동가는 "지역사회의 여성들은 정치 참여에 대한 꿈과 의지를 가지고도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과 전국정당의 횡포로 인하여 제대로 도전해 볼 기회조차도 얻지 못한 채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역사회의 생활문제 전문가인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여 정책결정의 주체가 증가하면, 의사결정의 비용은 상승하더라도 정치적 경쟁의 정도가 증대되면서 그만큼 각 개별이슈에 따른 정책결정의 합리성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여성 생활협동조합 '가나가와 네트워크', 필리핀의 여성정당 '가브리엘라 여성당' 등은 모두 지역정당의 형태로 지역 정치권에 진입한 사례들이다. 이 활동가는 이들의 정치진입이 "사회에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던 소수집단 문제가 제도권 내에서 논의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였다며 '젠더관점에서의 지역정당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2소위)는 회의를 열고 정당의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엔 지난 2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엔 지역정당 창당을 허용하는 정당 설립 조건 완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