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당원 500명으로는 창당 안 돼?…페미니즘당 “정당법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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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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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당법이 바뀌어 500명의 당원으로도 정당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성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이 전국에 단 500명 뿐이라도, 500명이 정당을 만들 수 있으면 그 정당은 차별을 방치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세력과 투표 용지 위에서 동등하게 겨를 수 있게 된다.”


26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의 말이다. 단체는 이날 녹색당,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지역정당네트워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과 함께 정당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행 정당법은 페미니즘당과 같은 여성 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적 결사체가 성립되고 활동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시민 유권자의 결사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며 “이에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페미니즘당은 지난 2017년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목표로 만들어진 모임으로 스쿨미투, 차별금지법 제정, 엔(n)번방 방지법 제정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단체가 문제 삼는 법률은 정당법 제3조, 제17조, 제18조다. 정당법 제3조는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 제17조는 ‘정당은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제18조는 ‘①시·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정당원수에 해당하는 수의 당원은 당해 시·도당의 관할구역 안에 주소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현행 정당법이 조직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생정당과 소수정당의 선거 참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정당법이 어떻게 소수정당의 선거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지 설명했다. 이들은 “페미니즘당은 정당법의 벽에 가로막혀 제21대 총선과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후보를 낼 수밖에 없었으며, 선거를 뛰면서도 유권자들에게 페미니즘당의 존재와 비전을 알릴 수 없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했다. 앞서 이가현 공동대표는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2021년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페미니즘당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란 이름으로 등록했지만, 시·도당 5개에 당원 5000명을 모으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6개월 만에 강제 해산됐다. 법률대리인인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는 “현행 정당법은 정당조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중앙당을 반드시 서울에 두어야 할 헌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현행 정당법은 중앙당을 반드시 서울에 두도록 하고 있다. 정당법 제17조·제18조도 정당의 내부 조직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함으로써 신생정당의 진입을 저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정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평균 55세 남성의 얼굴을 한 정치는 여성뿐 아니라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목소리도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당법을 비롯해 여성대표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할당제, 정상가족 중심에 근거한 선거운동 기준, 거대정당과 남성 후보들에 유리한 선거운동제도와 선거자금제도 등 많은 것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일 참여연대 권력감시1팀 팀장(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소속)은 “기성정치에 실망한 시민에게도, 자신을 대표할 정당을 가지지 못한 시민에게도 여전히 정치에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다”며 “그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이 보다 쉽게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