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 선 넘기] 백래시에 맞서는 남성 페미니스트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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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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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는 모습. ⓒ뉴시스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는 모습. ⓒ뉴시스


4.7 재보궐선거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거세다. 평상시 흔히 쓰는 손가락 모양이 남성혐오를 의미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광고 홍보물에 트집을 잡는데 거기에 기업들이 동조하고 사과하면서 일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거기다가 정치인들은 20대 남자들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표심에 집중하면서 젊은 남성들을 대변하겠다며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징병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군대 문제는 한국 사회의 너무나 오래된 문제다. 병역의 의무 때문에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국가에 헌납하는 남성들이 최근 스스로를 ‘병역 피해자’로 명명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일로 보인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문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군가산점제를 부활하겠다거나 군복무를 마치면 3000만원의 목돈을 주겠다거나 여성도 징집을 하자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마치 그것들을 청년 남성들이 원하기라도 하는 양 말이다.

이렇게 열린 군대 문제가 또 반짝 정치인들이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되지 않도록 진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페미니즘당에서는 2021년 4월 15일부터 5월 6일까지 10대 20대 청년 399명을 대상으로 ‘군대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66%(10대 58.73%, 20대 64.58%)가 여성징병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가 징병제를 유지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66.17%(10대 63.49%, 20대 66.67%)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여성징병제를 반대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현 시스템상 군대 내에서 여성들이 성차별과 성폭력을 경험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였고 (44.72%) 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징병제 자체에 반대하기 때문에’(40.65%)였다. 특히 10대와 20대를 통틀어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징병제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은 남성들이 느끼는 군대에 대한 문제를 단순히 여자도 군대 가라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군대에서 가장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 또한 남성들은 10대 20대 할 것 없이 ‘열악한 임금수준’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여성들은 ‘군대 내의 성차별(유리천장, 보직 차별 등), 성폭력이나 성소수자 색출과 같은 인권침해’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지금 군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그 어떤 정치인들도 청년 남성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권의 군대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는 애초에 남성들의 의견을 대변하려고 등장한 주장이 아니라 높아진 여성들의 목소리와 주장을 제압하기 위해 등장한 ‘백래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치권들의 ‘넘겨짚기식 남성 대변하기’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특히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남성들이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다. 분명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남성들도 대한민국 방방곡곡 존재하고 있을 텐데 이들의 의견과 관점이 논의의 장에 주요하게 등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남성 페미니스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이 군대 문제를 페미니즘의 관점에 입각해 풀어갈 수 있도록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대 내부의 폭력이나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고, 신체를 등급화해서 ‘정상 신체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군대에 대한 문제제기도 좋다. 여성이 정말 군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전에 해결되어야 할 군대의 구조는 무엇이 있는지, 그게 아니라 군대 자체가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 군대 폐지로 나아갈 수 있을지 군대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목소리들을 차별이 아닌 평등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내 주었으면 한다. 이준석 같이 의도적으로 성차별의 존재를 지우는 성차별주의자이자 ‘여성을 좋아하는’ 자신은 여성혐오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젊은 남성의 대표를 자임하고, 모 유튜버처럼 성평등 기관이나 연구자, 정당을 공격하는 남성이 ‘신남성연대’같은 타이틀을 달도록 놔두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더 이상 성차별에 ‘남성’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행위를 중단하도록 백래시에 맞서는 대한민국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집단적인 목소리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