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다큐 <첫 변론> 개봉 규탄 기자회견 : 책 <비극의 탄생>의 문제점 (이가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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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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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입니다.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4년, 그리고 고소를 결심한 뒤 가해자가 사망하고 지금 가해자와 관련된 영화가 다시 나오기까지 3년입니다. 스물 여섯살부터 무려 7년의 시간동안 한 여성이 감내해야했을 사회의 무게는 지나치게 무거웠습니다. 피해자는 동료직원에게 성폭력을 경험했습니다. 그 때 시장실은 가해자를 보호하며 문제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것에만 급급할 뿐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보호나 책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언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의의 책임을 다해야 할 언론인 중 한 명,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결론을 정해놓고 피해자 주변인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사건에 대한 첫 취재부터 언론과 여성단체가 가해자를 “마녀사냥”했다는 가정에 무게를 두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를 ‘남녀관계의 일’로 언급하며, 피해자와 시장실 관련자들 사이를 이간질하듯이 접근했습니다. 

손병관 기자는 시장실 관련자들이 의도적으로 유포했던  피해자의 근무태도와 표정, 편지, 성격을 책<비극의 탄생>을 통해 다시 한 번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피해자의 주장을 의심하는 질문을 시장실 관련자들에게 집착적으로 하고, 피해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증언한 인터뷰이에게는 ‘그 기억이 난 시점이 박원순 사망후냐 경찰 조사 후냐(p.119)’고 질문했고 불리한 내용을 말하는 인터뷰이에게는 너그러운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이중잣대였습니다.  제3자가 시장실 관련자들에게 한 고발을 빌미로 관련자들이 조사를 받자 피해자를 ‘원인제공자’로 일컬으며 시장실 관련자들이 피해자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시장실 관련자들은 손병관 기자를 통해 2차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아주 마음 편하게 ‘피해자가 전보를 원했다면 시장에게 더 강력히 주장했어야 했다(p.97)’거나 공무원 된지 5개월만에 면접요청을 받고 시장실 면접을 본 것을 두고 ‘피해자가 원해서 온 것(p.93)’이라고 하거나 ‘속옷 갖다놓으라고 한 것 가지고 성인지 감수성 부족 운운하는 게 오버(p.102)’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기자는 ‘안희정 사건이 공론화되었을 당시에 피해자가 용기낼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p.120)’는 등, 피해자가 동료에게 피해사실을 에둘러 말했던 정황을 인터뷰하고서도 피해자가 박 시장에게 쓴 편지를 마치 연애감정을 품은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내가 심기보좌하는 직장 상사가 출장을 가는데 편지로 ‘아쉽다’고 하지 ‘한동안 못 보니 너무 좋다’고 말하는 부하직원도 있을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손병관 기자는 세 명의 취재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책에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취재원들이 발행을 거절한 인터뷰들은 피해자에게 유리한 내용은 마치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어서 싣지 않는 것처럼,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인터뷰이들이 외압에 의해서 발행을 거부하는 것처럼 묘사되었습니다.  

손병관 기자는 피해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활동가나 교수, 여성단체에 대한 공격과 직장 내 성희롱이 최초로 인정된 ‘신 교수 성희롱 사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및 신 교수 저서 인용, 본 사건이 ‘잠재적 가해자인 남성의 문제냐’며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에 대한 일방적 비난까지 행했습니다. 시장실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진보정당 정치인들에 대한 비아냥, 사건을 정치인의 ‘사생활’이라 칭하기까지 했습니다. <비극의 탄생>에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기자로서 갖춰야 할 젠더 관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오히려 둘만 함께하는 시간에 나에게 하는 이상한 행동들을 다른 직원들 앞에서 조금씩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손병관 기자는 다른 사람이 목격한 사건이면, 다른 사람이 목격했으니 성폭력일리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다른 사람이 목격하지 못한 사건이면, 목격자가 없으니 증거가 없어서 사실로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의 세계관에서 피해자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여섯차례나 포렌식하며 수사기관과 인권위원회에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고 또 입증해 냈습니다. 또, 피해자에게는 매우 아쉬운 일이었겠지만 일부 사건들에 한해서라도 피해를 인정받고자 했고, 인권위 또한 보수적으로 판단하였음에도 박 전 시장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것이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비극의 탄생>은 박 전 시장의 직장 내 성희롱 가해가 인정된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휴대폰에서 직접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면서, 박 전 시장의 휴대폰은 철저히 봉인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면서도 수사과정에 협조하지 않았던 박 전 시장의 유족측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혹 제기나 언급도 없었습니다.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책 표지가 무색하게도 기자는 가해자와 가해자 주변의 성역은 절대로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직장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사회 초년생 여성일 뿐입니다. 스물 여섯살, 공무원이 된지 5개월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비서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맡은 바 열심히 노력했을 뿐인 한 명의 여성 노동자였을 뿐입니다. 또한 피해자는 그 누구보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한 마디를 바랬던 사람입니다. 왜 그거 하나가 어려워서 피해자가 성형을 하고 개명을 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지워야만 하는 상황까지 왔을까요? 안전한 법정에서 가해자에게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는 한 여성 노동자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습니까. 왜 법정이 아닌 모든 곳에서 모든 것들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까.

손병관 기자와 김대현 감독은 피해자에 대한 여론 재판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의혹은 제기하면 끝이지만, 피해자는 어떻게 의혹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까. 역지사지로 상상해보십시오. 어떤 집단이 나에 대해 sns에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어 나쁜 소문을 유포하면, 그만하라고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만하라고 했더니 그 집단은 야만이고 폭압이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내용을 보고 반박을 하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을 버리고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반박해야 합니까? 왜 그래야 합니까? 

단지 다시 일터로 돌아가 일할 수 있도록,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박원순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피해자 한 명 보호하는 것조차도 할 수 없습니까? 다큐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법원에 개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를 했습니까, 오마이뉴스에 기자를 해임하라는 요구를 했습니까? 표현의 자유를 그리도 주장하면서 왜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습니까. 피해자의 일할 권리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 잊혀질 권리, 2차 피해 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려도 없습니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한 여성 노동자의 살아갈 권리를 빼앗지 마십시오.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피해자는 끝까지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