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정치개혁에 정당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김태일 참여연대 권력감시1팀 팀장,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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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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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정당법을 고치기 위해 그리고 성평등한 정치를 위해 나선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의 헌법소원에 연대와 지지의 뜻을 전합니다.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더 다양하고 참신한 정치, 비례성과 대표성이 담보되는 정치를 위해 정치개혁 10대 과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당설립요건 완화는 그중에서도 정치의 다양화와 정치참여 자유 증진을 위해, 그리고 상대적으로 정치에서 소외되어왔던 시민들을 대변하기 위해 대단히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사회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새로운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다양한 대안들을 엮어내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책을 입안할 정당의 존재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정당들은 과거의 활기를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제와 공감능력 그리고 인권의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거대양당에는 선거때만 되면 수많은 청년정치인들이 등장했지만 결국에는 기득권 정당의 고착화된 당내 경쟁과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잊혀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따금씩 등장한 정치신인들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은 번번히 '그럼 그렇지' 하며 다시 고개를 돌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기성정치에 실망한 시민들에게도 여전히 정치에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들을 대표할 정당을 가지지 못한 시민들에게도 정치에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습니다. 작아도 내 당이라고 여길 수 있는, 내가 키워나간다는 각오와 설렘을 느끼게 하는 당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그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이 보다 쉽게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구시대적 기준과 관점에 사로잡힌 선거제도와 정당법은 새로운 정치세력의 자생과 진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현행 정당법은 창당을 하려면 다섯개 시도에서 각 천명 이상씩의 당원을 확보하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 천명인지, 왜 다섯곳 이상인지 납득되는 기준도 없습니다. 전국에 퍼져있지 않은, 5천명 이하 시민들의 정치참여 권리는 무시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헌재는 이에 대해 국민의 의사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대체 어느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2020년대는 인터넷과 각종 sns의 시대입니다. 5천명이 아니라 단 한명의 목소리라도 진정성과 사람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면, 몇십초 쇼츠 영상으로도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시대입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사는지는 전혀 절대적 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유권자의 정치참여의 자유에 대한 억압일 뿐입니다.

의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의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당들이 원내에 진입해야 합니다. 성평등과 여성인권을 위한 정당은 물론이거니와, 기후위기 해결에 진심인 정당, 투표권 없는 미성년 시민들을 대변하는 정당, 투표하기 어려운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정당, 일인가구와 반려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정당, 이주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정당 등이 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없던 요구들도 아닙니다. 이미 공론화되고, 진지하게 토론되고 있고, 현실에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기득권 정당이 관심을 두지 않아서, 정당법의 벽을 넘지 못해서 부각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득권 정당이 담아내지 못하는 미래 이슈들에게 더 늦기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미 이 이슈들을 걱정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존재하나 다만 대표자를 가지지 못한, 우리가 반드시 귀기울여야 할 우리의 목소리들입니다. 이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세력들에게, 원내에 진출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정당 설립요건 완화는 그 시작점이자, 정치개혁의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습니다. 헌재는 더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낡은 법 조항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과 내일의 현실에 걸맞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정치개혁과 정치 혁신을 위해 디딤돌이 될 결정을 내려줄 것을 헌재에 다시한번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