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시리즈 논평 - 3] 성평등한 노동환경만이 여성노동자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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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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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사건은 개인간의 사건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질적인 성차별적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다. 


서울메트로(현재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는 2016년 전동차 검수지원·철도장비 운전 분야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고의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권이던 모든 여성을 탈락시켰다. 탈락 이유는 해당 분야의 팀장이‘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야간 근무 시 여성용 숙소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현장 여건도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면접위원장에게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그 행위가 차별이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감사원은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고 평등한 사업장 조성에 앞장서야 할 공사가 성별을 사유로 채용의 기회를 박탈한 면접위원의 위법행위를 옹호하고 있다”면서 “객관적이고 정당한 기준 없이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점수를 수정해 여성 응시자를 탈락시킨 면접위원의 행위는 남녀 차별”이라며 면접위원 정직처분을 요청하고 주의조치 등을 내렸다1).


그동안 암암리에 이런 차별이 이뤄져왔다는 증거인 것일까. 2020년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중 여성 비중은 단 10.3%에 불과하다. 신당역 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에 소속된 지하철 여성 역무노동자가 언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모든 역에 남성 역무원을 위한 침실은 구비되어 있으나 여성 역무원 침실은 제대로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아 여성 역무원들이 침실로 가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역들을 첫차와 막차를 타고 오가느라 첫차와 막차 감시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작업 도구의 경량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소란자 대상 업무도 남성 역무원이 주로 맡는 등 여성 역무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업무에 어려움이 있고 이로 인해 여성 역무원과 함께 일하면 힘들다는 남성 역무원의 불만이 터져나온다고 한다2).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유로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것을을 정당화하고, 그로 인해 여성의 수가 적으니까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고, 여성들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도록 문화와 시설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하면 ‘이래서 여자는 안돼’라고 무시하며 다시 여성을 적게 뽑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성차별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정치학자 달레루프(Dahlerup)는 여성이 30%라는 임계량(critical mass), 즉 결정적 다수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대표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결정적 다수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표성이 발현되려면 25~40%의 규모에 이르러야만 제도·문화, 규범, 가치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3). 미국에는 이미 임원진에 성별과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성을 고려한 배치를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이윤 확대에 보다 도움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4)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고정관념 없이 채용하는 것이 옳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업의 원활한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여성 임직원의 숫자가 늘고있기는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같은 공기업에서도 여성비율이 30%가 되지 않는 현실을 돌아볼 때 공공서비스 업무 과정에서 사실상 여성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토킹이라는 범죄를 이미 저지른 사람임에도 그를 은근히 감싸는 차별적인 직장문화는 단기간에 형성될 수 없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의 동생은 한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피해자가) 우리 언니인 줄 모르고 ‘그 사람(가해자)은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고 밝혔다.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조직의 한계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직장 내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시 분리가 되지 않은 점, 직위해제 된 가해자가 사내 망을 통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점 역시 서울 교통공사의 후진적인 직장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따라서 우리는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성차별적인 노동환경과 문화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약속한 성평등공시제를 하루빨리 시행하여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여성직원을 뽑지 않고, 또 여성을 승진시키지 않으며 그로 인해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오명을 우리나라에 안겨 주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대한 노동 안전 문제임을 자각하고 전 사회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성평등한 노동환경만이 여성노동자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2022. 9. 28.




1) [여성신문] 서울메트로도 ‘채용 성차별’… 여성 지원자 점수 깎아 전원 탈락 시켰다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3418

2) [오마이뉴스] 신당역 '직장내 성폭력' 살인사건, 분노하고 말해야 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5748

3)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를 위한 정책권고. 국가인권위원회. 2022

4) [한국경제] 다양성 추구하는 글로벌 IB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100859911 (2021. 10. 9.)

[연합인포맥스] 골드만삭스 CEO "다양성 결여된 기업 상장 맡지 않아"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67280 (2020.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