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시간내서 쓰는 권성동 원내대표 반박 논평 #2] 성평등 문화 사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 정보를 성평등하게 공유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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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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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내서 쓰는 권성동 원내대표 반박 논평  #2

성평등 문화 사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 정보를 성평등하게 공유한다는 것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올렸던 페이스북 글을 반박하는 첫번째 논평 ‘성평등 문화사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 한국 영화의 성평등지수에 관하여’를 발표했다. 이번 논평 또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일환으로 그가 언급한 ‘페미위키’라는 단체의 활동 의미와 성매매 여성을 옹호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페미위키는 누구나 정보를 만들고 수정할 수 있는 위키사이트로서 사이트상의 소개문구에 “현존하는 인터넷 상의 정보가 여성혐오적/남성중심적이며 소수자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2016년에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흔히들 지식과 정보는 성별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문서는 성 중립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작성자의 성별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녹아들어있기 마련이다. 일례로 국립국어원조차도 페미니스트를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로 규정해두었던 역사가 있다. 여기에 더해 대표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과서 또한 성차별을 담고 있고, 법과 제도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정보를 얻는 위키사이트나 포털사이트의 AI 검색엔진마저도 성별 고정관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에서 성차별을 최대한 제거하고 성중립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자체로 ‘정확한’ 정보 제공이며 이를 위해 힘쓰고 있는 민간단체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페미위키에 있는 문서 내용 중 하나는 성매매 여성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매매는 현행법상 구매, 알선, 판매, 광고 모두가 처벌을 받는 범죄이지만 성매매를 떠올릴 때 구매자와 알선자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성매매는 대체로 단속을 피해 숨는 성매매 여성들의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판매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며, 이것은 성매매가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2011년에 발표된 ‘성매매피해여성의 정신건강 및 지원욕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피해자 지원 시설에 입소한 여성 405명 중 64.74%가 성매매를 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본인과 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1 이는 한국 사회에 빈곤한 여성을 성매매로 몰아내는 성착취적 문화가 있음을 의미한다.


여성을 상품화하고 이용하는 성매매 행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어져왔다. 버닝썬, 김학의, 고 장자연 사건을 비롯하여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성상납 의혹 등 접대라는 미명하에 여성들은 거래 가능한 물건처럼 다뤄져왔다. 랜덤채팅앱을 통해 청소년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여기에 더해 룸살롱, 안마방 같은 변종 성매매가 흥행하고 있다.​2 성구매 자체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인 것과 동시에 이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강간, 폭행, 상해와 같은 강력범죄는 물론이고 불법촬영이나 비동의 유포 등의 디지털 성범죄를 겪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살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피해를 신고하거나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법 때문에 여성들은 신고를 망설이고 폭력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불합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미 북유럽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법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올해 3월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발족하며 성매매 여성까지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조항을 삭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단속을 피하면서 폭력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치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여성들의 안전과 생계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성매매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현행법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누구도 감히 그런 정보를 공개적으로 제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페미위키 이용자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을 피하면서 폭력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해왔고, 이것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었다. 당장 법이 어떻게 개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이 시간도 피해를 겪고있을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이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폭력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성평등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이렇게 법과 제도에 포착되지 않은 약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의 맥락을 삭제하고 페미위키를 범죄집단처럼 몰아간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며 그야말로 안티페미니즘의 ‘관제 이념화’​3에 빠져 현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문제 행동이다. 또한 명분도 없이 지지율에 부화뇌동하며 작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성평등 사업을 하루 아침에 중단시켜버린 권성동 원내대표와 여성가족부 장관의 책임은 너무나 무겁다. 이에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8월 13일 발언을 취소하고 자신이 폄하한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사과하라.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을 즉각 재개하라.

국회는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조항을 삭제해 성매매 여성 보호와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라.


2022. 8. 17.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논평 작성에 도움을 주신 페미위키 운영진께 감사드립니다.



​1김자영·김지혜(2011). 《성매매피해여성의 정신건강 및 지원욕구 조사 - 지원시설 입소자를 중심으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2오동현. 성매매 온상 '랜덤채팅' 민원 5년간 13배↑…청소년 노출 우려. 뉴시스.  2022.1.23

​3권성동 원내대표는 8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가리켜 ‘관제 이데올로기’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