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시간내서 쓰는 권성동 원내대표 반박 논평 #1] 성평등 문화 사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 한국 영화의 성평등지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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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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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내서 쓰는 권성동 원내대표 반박 논평  #1

성평등 문화 사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 한국 영화의 성평등지수에 관하여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을 중단하면서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 돈으로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권성동 의원이 해당 글에 직접 언급해 비판한 사업 중에는 한국 영화에 성평등지수 매기기, 공유주방에서 밥먹고 성평등 대화하기, 공놀이 ‘넷볼’ 배우기, 모여서 파티하고 벽화 그리기, 페미니즘 연극 연습하기, 여성운전 고취 캠페인 펼치기, 여성주의 방법으로 몸의 감각 깨우치기 등이 있었다. 그는 이런 사업을 두고 ‘밥 먹고 토론하고 노는 거 자기 돈으로 하면 됩니다. 연극, 운전, 운동 배우고 싶으면 자기 돈 내고 학원 다니면 됩니다’라고 폄하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가볍게 던진 말 속에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운동이 왜 필요한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변화부터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 여성가족부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을 없애고 성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 부처이다. 남성중심적인 한국의 문화는 영화계, 스포츠계, 주방, 파티나 클럽 등의 문화공간, 연극계, 도로 등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에 스며 있다. 이번 논평에서는 이 중 영화계 내 성차별, 성폭력의 현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성평등지수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 영화산업에서의 성차별은 매우 공고하다. 2022년에 발표된 논문 ‘한국 영화 제작의 성차별 구조 : 독립영화계 연출 직군 여성들의 경험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영화 제작 현장에는 성별 직군 분리, ‘기술’과 ‘전문성’에 대한 성별화된 이해”, 현장의 남성중심적 위계질서, 젠더화된 평판경제가 존재한다.​1 영화진흥위원회에서 2020년에 발표한 ‘한국 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 영화산업은 권한을 많이 가진 ‘헤드 스태프’의 지위에 남성이 많고  자본과 권력이 집중되는 대규모의 상업영화일수록 남성 감독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2 이는 성별 임금격차로도 이어진다. 


또한 영화현장에서의 남성 일반과 여성 일반 사이에 권력격차도 존재한다. 이러한 위계는 여성스태프나 배우에 대한 성추행, 성폭력으로도 이어진다.  영화인 8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여성의 74.6%, 남성의 37.9%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으며  남성이 다수인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노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여성영화인들은 현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성평등 조항을 대본이나 콘티북에 넣거나 약속문을 만드는 등 차별없는 현장을 위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4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주는 영화에 성평등 점수를 높게 주는 것은 누가 보아도 타당하다. 


더불어 영화는 이용자들의 생각과 가치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에 재현되는 여성들이 항상 보조적 역할로만 나오거나 주인공을 곤란하게 하고, 엄마 또는 팜므파탈 등의 협소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로만 묘사될 때 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성평등하고 건강한 관점을 가지기 어렵다. 따라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실제 현실의 성비에 맞게 등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 영화의 경우 특히 출연자의 출연시간에 있어서 남성의 성비가 높고 여성은 보조적이거나 수동적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아서​5 영화에 출연하는 여성의 절대적인 수를 늘리는 것부터가 영화계 내 성평등의 시작지점인 셈이다. 양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영화/미디어 산업 종사상의 측면과 재연의 측면에서 성별고정관념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더욱 성차별적 국가로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한국 영화의 성평등지수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국가의 지원으로 성평등한 문화예술의 척도를 마련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국 사회의 영화계 내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게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또한 영화계 내 성폭력을 고발했던 미투운동을 무시하고 더 나아가 시민들이 스스로의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페미니즘 운동을 폄하하고 이에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안하무인의 태도임이 분명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3년간 이런 사업에 세금이 낭비되었다며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틀린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다. 이런 사업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지원하겠는가?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이러한 안하무인 아무말을 하나하나 반박할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의 무지와 무논리를 만천하에 드러내기 전에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을 즉각 재개하라.


2022. 8. 14.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1박재승이나영(2022). 「한국 영화 제작현장의 성차별 구조: 독립영화계 연출 직군 여성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30(1), 158-206.
2조혜영(2020).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KOFIC 연구 2020-06. 영화진흥위원회.
3이나영(2021).《2019 영화계 성희롱ꞏ성폭력 실태조사》. KOFIC 연구 2021-01. 영화진흥위원회.
4박재승이나영(2022). 「한국 영화 제작현장의 성차별 구조: 독립영화계 연출 직군 여성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30(1), 158-206.
5강애란. ‘한국 영화 속 남성 캐릭터, 여성보다 2배 더 많이 등장’. 연합뉴스. 202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