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페미니즘당 논평] 페미니즘, 말하면 안 돼? (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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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30 00:00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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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당 창당모임에서는 2021년 '백래시와 페미니즘' 기획논평의 후속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논평 시리즈를 이어서 게재합니다. 매월 대표단에서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정하여 논평을 게시합니다. 4월의 논평은 현사회에서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을 논하고 응원하는 소윤의 글입니다. |
4월의 글을 쓰기로 하며 나는, 퀴어이자 페미니스트인 나의 가족들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얘기 있어?". 발화의 장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평소 생각을 내비칠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 그 소중한 기회에 가까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는 나를 비롯한 페미니스트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밑에 쓴 내 가족들의 말들은 다소 정제되지 못한 말들이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문제의 현실감을 꼭 전하고 싶어 그대로 썼다.
"왜 페미라는 말만 들으면 광광 부랄 발광을 하는지, 페미니즘의 이미지는 왜 왜곡이 되었는지."
"어쩌다 이렇게 사회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 되었는지에 대한 한탄... 페미니즘이랑 요즘 여러 사회 문제를 대할 때,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걸 하지 말라고 하면 강요를 당한다고 느끼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이 안에 페미니즘이 나아갈 길과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한 해답이 있다고 생각함...."
"페미,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이 단어들을, 왜 대부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나. 페미니즘 강요하지 말라 그러고. 뭔 잡소린지, 페미니즘이 싫으면 꺼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하하."
정리하자면 이렇다. 현사회에서 페미니즘이 '갈등을 일으키는 무엇'이라고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의식적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은 어떠한가. 양심적으로 솔직하게, 페미니즘이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에 다른 표현으로 대체한 적이 없는가. 여기서 고백한다. 나는 있다. 너무도 명백하게, 많다. 사실 없다고 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페미니즘을 대체할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상황과 이유를 나는 안다. 그것이 슬프고 화나고 억울해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이 현사회에 아주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
문제를 증명씩이나 해냈으니 반박은 받지 않겠다. 나는 이제 머릿속에 막연히 떠다니던 의문들을 하나씩 까뒤집으며 나름의 분석을 해볼 것이다.
첫 의문. 뭐가 차별인지, 어떤 것이 차별 발언인지 알려주면 화내는 이유가 뭘까. 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줘도 왜 계속 할까. 심지어 어째서, 강요하지 말라며 적개심을 드러내는가! 솔직히 이 의문에 대해서는 이미 이해하는 바가 있다. 인간은 원래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태도에는 어떻게 대처할까? 재밌게도 강요 수준으로 끊임없이 말해야 그나마 하면 안 되는 걸 안 하는 척이라도 할 테니, 최대한 힘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던하게 반복적으로 말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연 끊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로, 페미니즘은 '왜' 혐오(혐오란 학습되는 것으로,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되는가. 페미니즘은 대중에게 이미지가 나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지가 나쁘다고 무조건 혐오하지 않는다.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도 선호되는 것들이 있다. 쉬운 예로는 술이나 담배 등이 있겠다. 그런 것들은 왜 선호되는가. 나쁜 이미지를 덮을 정도로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도 강렬한 매력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거나, '페미니즘을 안 하니 너무 힘들다!' 같은 생각이 들게 해야 하는데, 솔직히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을 하는 척이라도 안 하면 피해가 온다!'고 인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페미니즘의 이미지는 왜 이 꼴인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 모두 잘 해보려고, 잘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데, 노력이 안 좋게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더해서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모두에게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안 하면서 그저 욕하는 혐오자들이 1차적인 문제는 맞다. 다만,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시도하고 포용하며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완전할 수 없다. 완벽히 옳고, 무조건 맞고, 절대 이것뿐인 것은 없다. 우리는 나아가거나, 때로는 돌아가고, 때로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매번, 매순간 생각하고 달라져야 한다.
막연했던 의문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었지만, 역시나 결국 또 답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인가.
'갈등을 일으키는 무엇'.
현사회에서 페미니즘이 그런 식으로 인식된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도 아니다. 또한 페미니즘이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어떤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갈등'이다. 갈등은 소설, 드라마, 연극 등에서 결말로 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이다. 갈등이 없다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런 변화도 발전도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일으키는 갈등은 그런 것이다. 변화와 발전을 가져오는 것. 결말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문제 해결의 열쇠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닌가.
인권 운동은 힘들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페미니즘을 외쳐야 한다. 지칠 때는 꼭 쉬어 가고, 안전하지 못할 때는 숨기고 대체하며, 느리더라도 계속 외치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필요 없어져 역사 속에만 남을 때까지.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좋을 것이라 믿는다.
2022.4.30.
페미니즘당 창당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