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페미니즘당은 민주당의 ‘맨스플레인’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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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당은 민주당의 ‘맨스플레인’ 거부한다.
지난 2월 10일,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포함한 대선후보 7인에게 성평등 정책과 관련된 질문들을 담은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답변을 보낸 것은 심상정 후보, 오준호 후보, 이백윤 후보, 김재연 후보로 총 4명이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그리고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로 인해 현재는 더 이상 대통령 후보가 아닌 안철수 후보는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이후에도 이재명 캠프 및 윤석열 캠프와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으며, 바로 어제 민주당으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답변은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다. 정치결사체라면 자고로 대선과 같은 선거 국면에서 이런 일을 해야 하다는 내용의 ‘훈수’였다.
민주당의 ‘훈수’는 다음과 같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같은 정치결사체라면 타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분석해서 비판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활동은 “공개된 정책과 공약, 주요 인사들의 발언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질의서를 보내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민주당이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의 정책질의서에 답변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모든 공약은 이미 당 홈페이지 및 방송토론을 통해서 충분히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정치결사체로서의 활동’은 이미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에서 꾸준히 하고 있었던 활동이다. 민주당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페미니즘당이 발표한 수많은 논평과 페미니즘당의 강령, 지난 선거들에서 페미니즘당이 이야기했던 공약과 정책 모두가 기성 정치를 평가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들이었다.
페미니즘당은 정책질의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정책, 그리고 현 정부에서 하고 있는 많은 성평등 관련 정책들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재명 후보를 포함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성평등 정책을 질의서에 추가하였다. 해당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 조금이라도 부족함을 느끼고 공약을 보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기존 공약을 검토하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온 것이다. 과연 민주당은 이러한 답변을 보내기 전에, 페미니즘당의 정책질의서를 제대로 읽어보기는 했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답변을 보낼 수 있는가. 민주당은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의 구성원들도 한 시민이자 유권자임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민주당에게 묻는다. 민주당은 일종의 ‘정치결사체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가? 창당을 준비하는 정치결사체라면,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지침을 따라야 하는가?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성평등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 본 모임의 자격을 평가하라고 한 적이 없다. 적절한 답변을 보내는 대신, 갑자기 교훈을 설파하는 태도는 과연 ‘정치결사체’로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을 존중하는 태도인가?
우리나라 헌법 제8조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정당법은 많은 사람들이 정당을 설립하기 어렵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드는 신문 광고를 집행해야 하고, 5천 명의 당원도 모아야 한다. 또한 어렵게 창당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을 배출해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어렵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기는 했지만, 거대 양당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쓰며 이 제도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이재명 후보는 연일 TV 토론에서 연립정부와 다당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현재의 거대 양당 중심 체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그의 캠프에서 보낸 이번 답변을 보면, 그 발언들이 정말 진정성 있는 것이었는지 의심을 품게 된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캠프의 고위직 중에 여성은 단 15%라고 한다. 조직 구성만 보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성평등한 사회가 지금 현재보다 얼마나 나아질 것인지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공개된 발언과 정책만으로는 그가 가진 성평등한 사회의 의지를 전혀 판단할 수가 없다.
한 남성이 다른 여성에게 어떤 분야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여성이 그것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설명을 늘어놓는 행위를 일컬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아마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 정치결사체가 해야할 일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를 친히 가르쳐주기 위해 일장 연설을 쏟아낸 모양이다.
페미니즘당은 민주당의 ‘맨스플레인’을 거부한다. 민주당이 정말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을 함께 정치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요청하지도 않은 가르침 대신 다른 페미니스트 대선 후보들처럼 진정성 있는 답변을 준비하길 바란다. 이것이 페미니즘 정치를 존중하는 방법이고, 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2022.3.9.
페미니즘당 창당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