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인지 교육 확대를 주장한다 : 국민의힘 양성평등특별위원회의 성인지 교육 공격에 부쳐

페이지 정보

DATE

22.02.20 16:40

HIT

3,395

본문

c02e99cab99475fb792b8bcee2b0f4dc_1645342870_3623.png
 


성인지 교육 확대를 주장한다

 : 국민의힘 양성평등특별위원회의 성인지 교육 공격에 부쳐


국민의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가 2월 13일 성인지 교육을 공격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홍보했다. 성인지 교육에서 활용하는 자료에서 특권의 위치에 ‘남성’과 ‘이성애자’가 있고 차별받는 위치에 ‘여성’과 ‘동성애자’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1 해당 자료는 2015년 이후 인권교육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교육 자료였다.​2


남성이 여성보다 더 특권적 위치에 있는 것,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보다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더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미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국제기구들도 앞다투어 관련 협약과 보고서를 제출할 정도로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성차별이 매우 심한 나라로 손꼽힌다. OECD 성별 임금 격차 통계에서는 해당 통계가 생긴 이래 계속 꼴찌를 하고 있으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심의회의에서 한국의 여성정책이 낙후되어 있다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이성애만이 ‘정상적인’ 사랑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동성애는 비정상으로 여겨지며, 혼인도 못 하고, 자녀도 가질 수 없다. 쉽게 커밍아웃할 수도 없고, 하게 된다고 해도 혐오의 시선에 시달려야 하며 서로의 보호자가 되지 못한다. 이런 단적인 사실만 봐도 이성애자의 특권을 확인할 수 있다. 객관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것과 다름없다. 차별을 시정하고 특권을 돌아보는 교육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에 더해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국민의힘 이명준 양성평등특별위원장이 성인지 교육을 공격한 것이 단 몇 주 전 스스로 한 말과 배척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명준 국민의힘 양성평등특별위원장은 지난 1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홍보하면서 ‘건강한 남성성’을 확대하자고 어필했다.​3 그러나 그는 2월 13일에는 성인지 교육이 페미니즘 세뇌 교육이라며 이를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페미니스트들을 무척 당황케 했는데,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는 페미니즘 운동과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공론화하여 공감대를 형성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엄마만 육아를 하는 것은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편견(여자는 잘하고 남자는 못 할 것이라는 편견도 포함한다)과 돌봄은 쉬운 것,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사랑’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과도 맞닿아있는 성차별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는 이렇게 여성만 독박 돌봄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성인지 감수성이 없다면 이런 인식은 불가하다. 


성인지 감수성은 대법원판결에서도 언급될 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남성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성차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기에 성인지 감수성은 학습을 통해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성인지 교육은 그러한 성인지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구조적 성차별마저 없는 것처럼 취급되고 있는 시대에 성인지 교육은 오히려 확대되어야 한다.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성인지 교육이 아니라 정규교육과정에 페미니즘과 인권 교육을 편성해 매달, 매주 꾸준하게 함께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전제된 학습이 되어야만 우리는 이명준 위원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건강한 남성성’을 함양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이 페미니즘을 남성 혐오로 규정짓고 섀도복싱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아닐뿐더러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남성의 돌봄 확대와 같은 정책을 만든 원동력이다.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를 지워서 성과를 가로채려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남성성’에 관심이 있는 이명준 위원장에게 토니 포터의 『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건강한 남성성’은 구조적 차별을 외면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오히려 남성들도 페미니즘을 통해 여성들과 함께 가부장제를 타파할 때 ‘건강한 남성성’을 확대할 수 있다. 




​1 ‘정체불명의 성인지교육’  국민의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https://www.facebook.com/photo?fbid=4501210093324022&set=pcb.4501220216656343 (출처 : 이명준 국민의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장 페이스북)

​2 "당신은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까?" https://www.ytn.co.kr/_ln/0103_201509161640071071 (출처 : ytn)

​3 ‘아빠도 부담없이 육아해요’ 국민의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https://www.facebook.com/photo/?fbid=4419031438208555&set=a.127778694000539 (출처 : 이명준 국민의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장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