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박원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발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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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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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발언 전문 / 이가현

안녕하세요.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이가현입니다. 

먼저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하기를 통해 목소리가 있는 존재로서 이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위력성폭력 피해자분께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저는 오늘 이 곳에서 함께하는 피해자와 같은 청년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청년 여성들의 자살율 증가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성커뮤니티를 가 보면 죽고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서비스직,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먼저 없어지다보니 여성들의 고용률이 남성들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는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 위력성폭력에 취약해집니다. 충남도청, 부산시청, 서울시청에서 여당의 정치인이자 공무원인 광역자치단체장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에 의해 위력성폭력이 일어났습니다. 정의당 김종철 당대표는 자당 여성국회의원을 성추행했습니다.

미투운동 이후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면서도 역으로 가해자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성폭력 가해자를 감싸는 사람들은 검사, 시장 권한대행, 학자, 국회의원, 소설가, 기자, 변호사 등 사회에서 발언권과 존재감을 가지고 존경을 받아왔거나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비난하며 사건을 부인하던 사람들 중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국가인권위와 검찰, 법원에서 사실로 밝혀져도 공개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미 그들에게 답은 정해져있고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저 지금의 정치 권력에 기생해 함께 특권을 누리는 일,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착각하며 자위하는 일, 그것만이 이들에게는 중요해 보였습니다. 전 서울시장이 3선동안 서울시 곳곳에 꽂아놓은 보은인사들은 아직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다른 권력있고 좋은 자리로 옮겨가면서 서로서로 권력을 나눠먹고 있습니다.

2016년 탄핵정국에서 여성들이 외쳤던 구호 중 하나는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갈 수 없다’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촛불 이후의 정치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촛불 이후의 정치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노동하는 존재로서, 남성과 평등한 존재로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정치계 내 성폭력은 여성을 배제하는 한국의 남성중심정치문화의 단면입니다. 정치권이 뿌리깊은 여성혐오로 여성을 남성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대했기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나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던 환경을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재보궐 선거 원인제공시 불출마’라는 당헌을 바꿔 출마했고, 보궐 선거를 왜 하는지는 언급을 최소화하며 선거의 쟁점을 부동산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부동산 문제,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목숨을 걱정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에게는 인구절벽이 시작되었으니 아이를 낳으라며 윽박지르고, 선거에서는 중산층 이상이나 고려해볼만한 주택공약들이 남발되는 것을 봐야 하는 청년 여성들에게 ‘세상에 내 자리는 없구나’라는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권력을 다시 회복할지가 아니라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되었어야 합니다. 성폭력과 무책임으로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부동산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만든 부동산 이슈마저도 계속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을 국민들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겠습니까.

요즘 매일 정치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에 실립니다. 실로 대단한 발언권입니다. 과연 정치인들이 너무 옳은 말만 해서, 잘나서 그런 발언권이 생겼겠습니까. 정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들을 대변해야 하고 그것이 정치인들의 발언권이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젊은 여성 시민들에게 정치와 정치인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나를 대변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내 목소리를 직접 내야만 하는 현실이 지난 몇 년간 청년 여성들을 거리로, 광장으로, 기자회견장으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부디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본질인 성폭력 사건 해결, 피해자의 복직, 청년여성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여성과 성폭력 피해자가 주변인이나 배제된 존재가 아닌 중심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말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책임이 회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