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 박원순 옹호한 우상호 규탄 발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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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옹호한 우상호 규탄 기자회견 발언 전문 / 이가현
서대문구 국회의원으로 바로 지난 해 당선되시고도,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서울시장으로 출마하시려는 우상호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이가현입니다. 저는 요새 우상호 후보님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2월 10일, 우상호 후보님이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이미지와 글을 보았습니다. ‘박원순이 곧 우상호고 우상호가 곧 박원순’이라며 ‘박원순을 계승’하겠다며, ‘내일은 박원순의 생일’이라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온갖 선거계정에 쓰신 그 글과 이미지 말입니다. 기가막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박원순 사건 피해자와 연대자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586을 대표하는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구나, 법원과 인권위의 인정을 받고 사회가 바뀌어도 그들의 견고한 생각을 깰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사람들이 그 게시물에 댓글로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었습니다. 성추행도 계승하시겠냐고 여러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우상호 후보님은 답이 없으셨습니다.
이후 그 글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글이라는 비판과 기사가 이어지자 우상호 후보님은 ‘유가족 위로 차원의 말’이었다며 인터뷰에서 답하셨고 박원순 사건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입장표명도 없으셨습니다. 바로 글을 올린 당일 저녁 박원순사건 피해자의 입장문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우상호 후보의 선거 계정들에는 해당 글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며 그 계정에는 하루하루 우상호 후보의 선거 운동 일정과 글이 새롭게 올라오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고 있습니다.
왜 이 타이밍에 갑자기 박원순 전 시장 생일을 챙기고 유가족에 이입하는 글을 올릴까?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곧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대해 해석을 내 놓았습니다.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전 시장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챙긴 이유, 서울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박전 시장 유족을 위로한 이유를 말입니다. 우상호 당신은 박원순계로 분류되지도 않았고 박원순 전 시장과 정치행보를 같이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질 것 같으니까 절박한 마음에 박원순 지지세력을 활용해 보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십니까? 우상호 후보는 그런 뻔한 정치적인 수로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과 성추행 피해자의 아픔을 이용했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 이런 저열한 행태를 보이니 민주당이 비판받는 것이고 586은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상호 의원님. 당신이 진정으로 박원순 전 시장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었으면 박 전 시장의 장례식에서 위로하시거나, 개인적으로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해 위로를 했어야 합니다. 굳이 지금 이 선거 시기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회사에서 공인으로 인증된 마크를 달고 있는 정치인 계정에서, 온갖 선거운동 홍보 이미지와 게시글을 올리던 와중에, 갑자기 박원순 전 시장의 생일이 다가온다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글을, 그것도 글만 올린 것도 아니라 이미지로 만들어서 누구나 퍼나르기 쉽고 또 잘 볼 수 있도록 게시한 이유에 대해서 정녕 ‘위로였다’ 한 마디로 회피하려는 비겁한 변명들을 아주 잘 봤습니다.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을 위로할 때 약속을 하고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냅니다. 어느 누구도 우상호처럼 글과 글 이미지를 자신의 온갖 SNS 계정에 올리지 않습니다. 우상호 후보가 2월 10일 한 것은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우상호는 박원순의 편’이라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이었습니다. 약 한 달 전인 1월 14일 법원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 이라고 인정한 것’과, 1월 25일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 자체를 무시하고 없던 일처럼 만들면서 사실상 위력성폭력 피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의 가족, 그리고 서울시의 모든 성추행 피해자를 유린한 것입니다.
우상호 후보의 지지자들은 문제제기하는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무고죄로 신고하기 위해 댓글을 캡쳐하겠다거나, 피해자가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하하는 말을 하거나, 미투가 아니라거나, 무식하다며 모욕하는 말을 공공연히 떠들었습니다. 심지어 박원순을 언급하면 욕 먹을 것을 알면서도 우상호가 ‘용기있게’ 박원순을 언급했다며 진정성 있다고 추켜세우는 지지자들도 있었습니다.
지지자들뿐만 아닙니다. 우상호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박도은 상황실장은 ‘참다참다 한마디 한다’면서 ‘우상호 의원이 박시장님 유족을 위로한 편지를 두고 2차가해라고 난리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박도은 상황실장은 정당한 비판을 하는 피해자대리인과 여성 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박원순 시장은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에 헌신해왔는데 폄훼하면 안 된다’고 굳이 공개적으로 발언하여 위력성폭력 가해자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강조하여 그가 저지른 잘못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뒤이어 박도은 상황실장은 위력성폭력 피해자를 잘 안다고 언급하면서 피해자가 왜 우상호 의원의 글을 2차 가해라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피해자가 ‘호들갑을 떤다’며 비난했습니다. 또 피해자를 ‘여리고 착한 친구’라고 표현하며 피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감상을 덧붙여서 피해자가 특정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또는 피해자에 대한 상상력을 부추기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난무하는 상황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또 ‘하루빨리 정상생활로 돌아오라’며 현재 피해자의 상황이나 언행을 암묵적으로 ‘비정상’으로 취급하면서 피해자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시도했습니다. 이 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박도은 상황실장은 자신의 글을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삭제했습니다. 무책임하고 뻔뻔하게 입을 닦아버리는 것은 후보나 보좌진이나 하나같이 똑같은가봅니다.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우상호 후보의 글이 삭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우상호든, 우상호의 보좌진이든 적잖이 무능한 것 같습니다. 사태파악을 하는 능력도 없고 사태파악이 안 되니 지금 선거캠프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수도의 시정을 이끌 수 있을까요? 서울 시민으로서, 절대 절대 찍고 싶지 않은 후보입니다.
우상호 후보님, 당신이 박원순의 정신을 고귀한 것으로 언급하고 싶었다면, 그의 공을 기리고 싶었다면, 당연히 그의 과도 함께 적시해야 합니다. 이제는 그렇습니다. 박원순은 이젠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은 남길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기 위해 공만 부각하고 과오를 가리는 것은 역사왜곡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싸웠다던 독재 정권의 공만 말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당신은 박 전시장의 유족이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에게 위로를 건넸어야 합니다. 박 전시장의 유가족이 쓴 편지를 다시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청의 성추행 및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고, 서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성폭력 성추행에서 안전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했어야 합니다. 재보궐 원인제공이라는 책임을 지지 않고 당헌까지 고쳐가며 무책임하게 시장에 출마했다면, 적어도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관해서는 일관된 태도로 피해자에 대한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표했어야 합니다.
우상호 후보님, 후보님이 서울시장에 당선되시면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유가족이 아니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시청에서 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다했을 뿐인 한 여성노동자입니다. 당신이 대표해야 하는 사람은 박원순 전 시장도 아니고 박 전 시장의 유가족도 아니고 바로 서울 시민입니다. 서울 시민 중 대부분은 노동자이고,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감내하며 일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모두가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여있는 이 사회에서 직장 상사의 사적 노무 지시를 거절하지 못하며 부당하게 요구된 업무들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벌써 5일이 흘렀습니다. 곧 우상호 후보가 쓴 그 글이 올라온 지 일주일이 됩니다. 하루빨리 글을삭제하십시오. 글을 삭제하고 정확하게 서울시장 위력성폭력피해자에게 사과하십시오. 경솔한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렸다고, 사과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친서민’고, 당신이 말하는 ‘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