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여전히 피해자가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법원과 인권위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 인정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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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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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재판장 조성필)는 서울시청 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를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박원순 전 시장을 고발한 성추행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이 재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부정하며 그 고통은 자신때문이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이라며 피해자에게 상담기록을 공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로 인해 재판부에 제출된 피해자의 상담기록에 근거해 재판부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해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월 25일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특히 "박 전 시장이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어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럼에도 이 사건의 경우 인정된 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 무엇인 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피해자가)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라고 임순영 전 젠더특보에게 이야기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로서 그리고 서울시를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피해자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시장의 최측근이었던 민경국 전 인사기획비서관,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편지를 공개하며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낙인찍었습니다. 지난 해 7월에는 서울시 전·현직 비서진 중 일부가 피해자가 재직시절 썼던 업무 인수인계서를 경찰에 제출하며 인수인계서의 내용으로 성추행 피해사실을 유추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박원순 전 시장에게 피소(예정)사실을 유출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임순영 전 젠더특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남인순 국회의원은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법원과 인권위 등의 기관에서 사실로 밝혀지고 나서야 겨우 피해자에게 사과했습니다. 


그 사이 피해자는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어 비난받거나,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다며 의심받거나, 피해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수많은 2차 가해에 시달리며 피해자를 포함한 온 가족이 입장문을 내야 했습니다. (기사참고) 피해자 변호인은 여당 지지자들로부터 ‘무고 및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죄’ 등으로 고발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은 근 몇년간 이미 안희정 사건, 오거돈 사건을 통해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여러 번 접했습니다. 업무상 위력이 언제든지 여성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고, 여성노동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사의 기분을 맞춰주며 사적인 업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꺼이 처리해야 하는 부당함을 상시적으로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차별과 성폭력으로 얼룩진 부분들이 여전히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증거들이 정치권의 여성차별과 여성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임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피해자를 성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기 때문에 피해 회복과 피해 고발을 어렵게 합니다. 피해자를 탓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게 되는 폭력들은 사회를 더 곪게 만듭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사실이 가해자가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잊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발을 헛되이 하지 않고, 동시대의 여성들이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하며, 후대에는 성폭력 성차별 없는 사회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더이상 진실을 부정하지 않고, 사과해야 할 것은 사과하며,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진다면 바뀔 수 있습니다. 박원순 사건이 그 계기가 될 것입니다.



2021.01.27

페미니즘당 창당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