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우리는 가해자의 사정이 궁금하지 않다 - 전북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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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전북 문화예술계 미투를 통해, 전주 소재 대학의 한 교수가 성추행을 일삼아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교수 및 학과장으로 역임하던 10여 년의 기간 동안 제자와 동료교수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성추행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해왔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성격, 태도, 행동 등을 비난하였으며, 피해자들의 신상을 자기 마음대로 언론에 공개하였고, 1심 공판 자리에서 성적인 비하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모욕했다.
이러한 피고인의 만행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재판부의 태도다. 피고인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고 구속수감되었다. 하지만 이후 보석신청이 허가되어, 피고인은 구속 135일 만에 석방되었다. 아직 구속기간이 남아 있는데다 얼마 뒤 피고인 측의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이러한 보석 조치는 가해자에게 유리한 조치였다고 판단할 소지는 충분하다.
피고인이 재직 중인 학교 역시 학생들이 아닌 가해자 교수의 편이다. 피고인이 1심에서 구속수감을 선고받았음에도 학교는 피고인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면서 아직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덕분에 피고인은 재판 중인 지금, 그가 성폭력을 저질렀던 학교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재판부와 사회는 가해자에게 한없이 관대하며 피해자에게 과하게 엄격하다. 자신의 피해경험을 꺼낸 피해자는 직간접적으로 2차 가해를 당하며,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 반면 가해자는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와 사회에서 그의 '창창한 앞날'을 걱정해준다. 가해자의 그 앞날은 가해자 본인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망쳤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물론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까지 일삼은 피고인을 풀어준 재판부는 즉각 보석허가를 취소하라. 또한 재판부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라. 2년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 성폭력 사건의 향방을 우리는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연대할 것이다.
페미니즘당 전북도당 창당준비위원회
2020.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