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21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 페미니즘 정치,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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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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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종료되었습니다. 역다 최다 여성 의원을 자랑하는 21대 국회의 여성의원은 총 57명 입니다. 숫자는 늘었지만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입니다. 20대 국회에 비해 고작 2% 늘어난 수준입니다. 지난 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여성 정치 대표성 강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2017년 기준 평균 28.8% 입니다. 조사 대상 36개 회원국 가운데 여성의원 비율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라트비아와 칠레, 터키, 헝가리, 일본 등 단 5개국 뿐입니다.* 아직 갈길이 멉니다.

21대 총선에서 여성 공천 권고 비율인 30%를 지킨 정당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특히 지역구에서만 무려 163석을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의 여성후보 공천률은 13%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의 사무총장은 소수자 의제를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부하며 논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미래통합당 또한 여성 후보 공천률은 12.5%에 그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거대 정당은 위성정당을 만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였고, 소수 정당이 약진하리라는 국민적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저희 페미당 창준위 역시 마음이 무겁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정당을 설립하고자 모였지만, 총선 전에 창당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페미니스트 후보들을 출마시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저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페미당의 전 주비위원이자, 동대문갑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였던 이가현 후보는 유세차도 없이, 현수막 하나도 손수 달아가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가현 후보는 민주당과 통합당에 이어 득표율 2%로 3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페미니스트 후보들이 여전히 백래시에 시달려야 했지만, 페미니즘은 이번 총선에서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는 최고의 슬로건이었습니다.

변화가 시작 되었습니다. 그 시작을 우리가 알아차렸다는 것은, 이미 변화가 우리 곁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페미니즘 정치는 21대 총선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페미당이 그 싹을 나무로, 숲으로 키우겠습니다. 페미당의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세상, 모두의 목소리가 평등하게 울려퍼지는 세상, 페미당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이 세상입니다. 페미니즘당이 페미니즘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그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함께 앞으로 나아갑시다.

*참고: BBC 코리아, “4.15 총선: 여성의원 57명 역대 '최다 당선'... 여전히 OECD 최하위권”(2020.4.16.)


2020.4.17.
페미당 창당준비위원회